사람에게는 누구나 겨루어 이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죠. 예전에 모 프로에서 모 연예인이 말했듯, 게임은 이기는 게임이 재미있는 거예요. 누구나 자기가 더 낫다고 여겨지길 원하지, 못하다고 여겨지길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무술은 호승심이 나올 여지가 큰 분야입니다. 어느 분야건 어느 정도 사람 사이에 급이 생기기 마련입니다만, 이건 보다 직접적으로 겨루게 되죠. 언제나 나와 다른 누구- 그 누구와 또 다른 누구 간에 기술을 연습하게 되고, 연습하다 보면 누군가가 어느 면에서 나보다 낫기도 하고 못하기도 함을 계속 확인하게 됩니다. 같이하는 다른 모든 사람은 동반자이며 동시에 호적수입니다.
아예 한참 위 사형이나 아예 한참 아래 사제라면 쉽습니다. 당연히 내가 실력이 아래니까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거나, 내가 거의 가르쳐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온화하게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와 어느 정도 엇비슷하면 오히려 어려워집니다. 마음속에서 그 사람은 나와 경쟁하는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죠.
그때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태도는 당장 이기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내 자세를 망가뜨리고 무리하게 힘을 써서라도 이기는 것이죠. 싸움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무술을 수련할 때는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얼 더 익혀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이죠.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게 당장 상대를 이기고 내가 더 뛰어나다고 증명하려는 강박증이 되어서는 안 되죠.
상대보다 내가 더 안정적이고 빠르고 강했더라도, 그것이 내가 우월감을 가지고 안심해도 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령 내가 상대를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상대와 차이가 나더라도, 자신을 돌아봤을 때 더 고치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은 항상 있습니다. 역으로 내가 상대에게 여러 면에서 밀렸다면, 사실은 뭔가 배우기에는 이쪽이 훨씬 나은데, 자신의 부족한 점이 어디인지를 깨닫고 바로잡을 수 있게 됩니다. 당장 져 보이는 게 싫어서 억지로 강한 체한다면, 당장 강한 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계속 수련하는 사이 점점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건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문제를 덮어놓은 것이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을 이기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전혀 없으면 없는 대로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하면서 발전하기 어렵겠죠. 오히려 승리욕이 아예 없으면 그것대로 문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별로 진지하게 애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승리욕이나 호승지심은 자기발전을 위해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당장 눈앞에 대해서가 아니라, 길게 보고 계속 함께 나아가면서 정진하는 태도로 나타나야 한다고 봅니다.
조금 낫다고 만족할 수 없고, 못하다고 분해하지 않습니다. 내가 뭘 더 수련해야 하는지 알고 그걸 할 뿐입니다.
그렇게 영춘권 하고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어요. 내가 영춘권을 수련할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해주는 모두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