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Maleficent, 2014)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샬토 코플리 외

 오랜만의 영화 감상입니다. 요즘 시간에 약간 여유가 있는데, 짬이 나는 대로 그간 본 영화 감상도 조금씩 다시 올려볼까 싶습니다. 짤막짤막하게 말이지만요.

 오늘 본 영화는 말레피센트인데,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잠자는 숲속의 공주 (1959)>의 마녀 말레피센트가 '사실은 착했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새로 쓰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한 번쯤은 보는 쪽이 이 영화를 감상할 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전개는 그대로 가는군, 혹은 이 전개는 아주 달라졌군, 정도의 잔재미를 더 얻을 수 있으니까요.

 영화 자체에 대해 말하면, 한마디로 '말레피센트 보러 가는 영화'입니다. 포스터도 간결하게 말레피센트에만 집중하는데, 실제 영화도 그렇습니다. 다른 배역은 모두 말레피센트를 살려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습니다. 덕분에 원작에서의 캐릭터 비중은 모두 바뀌어 버리는데, 세 요정이나 필립 왕자는 쩌리가 되고 맙니다. 뭐, 말레피센트가 선역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원작을 알고 보는 입장에서는 종종 쓴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말레피센트는 확실히 살아났지만요.

 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이러니저러니 말할 게 없습니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정말 아주 간단해요. 사악해 보이는 마녀가 사실은 착했다! 멍청하고 사악하고 바보 같은 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빛나는 존재라고! 뭐 그런 이야기가 마음에 드신다면 보시면 됩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사실은 착한 마녀 역할 하는 걸 보고 싶다! 그러면 두 번 보시면 되고요. 난 디즈니가 좋아!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시라면 세 번 보세요.

 여담이지만, 전 말레피센트가 나중에 자기가 건 저주를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마음에 들더군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전개인데, 아, 이건 괜찮다 싶었달까요. 깊은 분노로 눈이 어두워져 행한 과거의 잘못- 과거의 자기 자신과 싸운다는 게 꽤 멋지죠.


 그리고 다시 여담.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 중 어느 작은 여자아이가 잘됐다며 박수를 치더랍니다. 잘됐군 잘됐어.

 또 다른 여담. 안아 올려달라고 말하는 어린 오로라 공주는 안젤리나 졸리의 실제 딸이랍니다.

 진짜 마지막 여담. 요즘 디즈니가 '비틀기'에 맛들인 거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왕국> 때도 그랬습니다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