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권도
이소룡, 정용준/인간희극

 우선 단언하자면,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국내에 제대로 된 절권도 책이 없었다고 해야겠습니다.


 이전까지 절권도 책이라고 하면 떠오를 서ㅁ문화사의 절권도 책은 일단 해적판에,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정확히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죠. 게다가 하권은, 출판사의 소개에 의하면 '하편은 일본인 합기도 사범인 미토 우헤하라가 이소룡의 스틸 사진들을 바탕으로 쓴 『Bruce Lee's Fighting Method』시리즈(총4권)를 짜깁기한 것으로 이소룡의 집필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책'이라고 하니, 그건 그것대로 팬의 흥미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소룡의 절권도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습니다. 사실 복잡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나, 이소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소룡 재단과의 정식계약 완역본'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살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소룡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어도, 제대로 된 절권도 책은 2015년이 되어서야 나왔다는 게 어떤 의미에선 .. 슬픈 일이네요.


 간단하게 책의 내용을 설명하면, 이소룡의 남긴 7개의 노트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읽기 좋게 편집한 것이 이 책입니다. 다시 한 번 출판사의 소개 글을 옮긴다면, '이소룡이 직접 그린 스케치와 손글씨들을 모두 수록했고 영어뿐만 아니라 이소룡이 한문으로 쓴 내용도 빼놓지 않고 모두 세심하게 번역했다'고 하고요. 어느 쪽이냐면 기술 수록집은 아니고, 절권도가 지향하는 게 어떤 것들인가, 이소룡이 생각한 이상적인 기술의 형태는 어떤 것인가 - 싸움에 있어서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해야 하는가, 철학적인 면에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것들을 적어놓은 노트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네, 노트입니다. 애초에 노트를 정리한 것이니 노트 형태이지요.


 번역은 확실히 깔끔하며, 노트 형태라고는 합니다만 흐름과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해하기 좋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책이라고 할 만하죠. 예전의 해적판은.. .. ..참 그렇습니다. 그리고 소장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드커버 실제본이라는 점도 훌륭합니다. 표지는 검은색 계통이며 어떻게 보면 초라해 보일 정도로 단출하기도 합니다만 절권도가 추구하는 것 자체가 심플함이니 그것대로 잘 어울립니다.


 어느 쪽이건, 이소룡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절권도에 관해 좀 더 알고 싶다- 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사야 할 책이 아닐까 합니다. 구할 수 없으면 모르되, 절권도를 창시한 사람 본인의 노트를 구할 수 있게 되었는걸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