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슬슬 감이 오기 시작하는 게 있는데, 영춘권을 할 때는 몸 어디든 굳게 만들지 말고 몸 전체를 써야 한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 힘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적었습니다만, 좀 세세하게 적는다면 그건 어딘가에 힘을 주고 안 주고 하는 의미에서의 힘과는 다릅니다. 말하자면, 영춘권에서 힘을 쓴다면 말 그대로 자세와 흐름을 잃지 않을 만큼만의 힘이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몸 전체가 자연스럽게 쓰일 수 없게 되죠. 속도가 나오지 않거나, 무게가 나오지 않거나, 중심 자체가 뜨거나- 꽤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말 강한 힘을 쓰고 싶다면 힘을 쓰지 않아야 하는 게 역설적인 부분입니다.
사실 그래서 치사오가 아주 유익한 훈련입니다. 딱딱하게 굳지 않고 부드럽게 몸 전체를 쓰는 게 좋은 줄은 누구나 알지만 그걸 실제로 몸이 부딪히고 압박이 들어오는 가운데 실행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내가 파고들 때든 상대가 파고들 때든 마찬가지로, 자세를 지키고 몸 전체를 하나로 움직여야만 합니다. 하지 못하면 바로 밀리거나- 뚫리거나- 씹히죠. 치사오를 하면 내가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치사오는 상대를 느끼는 훈련이지만, 동시에 나를 느끼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원래도 재미있었는데 요즘 들어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몸 쓰는 법을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