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초를 좋아합니다. 약간 덕후 기질이 있어서, 기본기를 반복 수련하는 데에 쾌감을 느끼죠. 기본기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만약 기본기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이상이라 하면, 그것이 기본기만 수련해서 가능한 경지일까요? 고급 단계로 나아가지 않고 기초만 죽자고 수련하면 고급 단계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식하게 잘 단련되었다 해도 기초로는 고급 기술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기보다, 기초만 죽어라고 해서는 기초를 향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거죠.

 무슨 말이냐 하면, 기술은 배우면 딱 그 순간 최고의 경지로 장착되는 것이 아니고 계속 수련하고 다듬어 나가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기술과 몸에 대한 이해입니다. 이해 없이 연습량만 올리기보다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에 맞게 연습하는 것이 당연히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이해란, 같은 기술을 무작정 반복하기만 해서 얻어지기보다 고급 기술로 올라가면서 다시 새로운 깨달음이 생겨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 위에 고급 기술이 있지만, 고급 기술이 다시 기초를 다듬게 되는 거죠. 그건 마치 피아니스트가 곡 연습은 하지 않고 기초만 무작정 연습한다고 실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며 나아가 어려운 곡을 연습해 연주할 수 있게 된 뒤 다시 기초를 연습하면 한 단계 달라져 있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제 이자겸양마는, 충권은, 소념두는, 보법은, 분명히 5년 전 그것과 수준이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형태의 다듬음과 힘의 흐름이 다르죠. 다른 걸 안 하고 그것만 해서 그렇게 되진 않았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나아가 배우는 사이에 이해와 완성도가 달라져 왔죠.

 새로 배우는 기술은 늘 더 수준 높은 기초를 요구합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기초를 다듬게 되고, 더불어 수준을 높여 갑니다. 그 모든 게 결국 다 이어져 있는 거라, 그런 걸 생각하면 기초 수련이 아주 즐거워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달까요. 더 많이 연습할 시간과 에너지가 모자란 게 아쉬울 뿐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