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눈이 퍼붓더니 얼어붙어서 길 곳곳이 빙판이 되었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빙판 이야기입니다만, 빙판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한다면 평소와 같은 걸음걸이로는 어렵죠. 행여 마음이 급해 뛰려고 하기라도 했다가는 성대하게 넘어지기 십상이고요. 듣기로는 펭귄 같은 걸음이 빙판 위에서 유용하다고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영춘권 보법을 응용하는 편입니다.
영춘권 보법 그대로 걸어 다니는 건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고, 발끝을 살짝 모으면서 중심을 아래로 떨구는 식에 가까워요. 그것만으로도 한층 안정적이 됩니다. 갑자기 확 미끄러운 구간을 만나 미끄러진다 해도 그냥 넘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중심을 되찾을 수 있고요.
..라는 이야기는 뭐 영춘권 배운 초기에도 했던 이야기입니다만, 이번에는 빙판 위에서 잠깐 보법을 하면서 새삼스레 중심과 균형에 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미끄러워서 조금만 균형이 어긋나도 몸이 쉽게 흔들리는 만큼, 움직임이 더 섬세해지더군요. 항상 그 정도로 미끄러운 상황에서 연습을 할 필요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