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 공허의 그림자

팀 레본 지음, 조호근 옮김/제우미디어


 제가 몹시 좋아해 마지않는 에일리언 소설이 나왔더군요. 퀄리티는 재볼 것도 없이 일단 사서 읽고 봤습니다.


 분위기는 적절합니다. 문체도 나쁘지 않고, 묘사력도 괜찮아요. 인물 외양 묘사나 배경 묘사가 아주 섬세하진 않습니다만, 이 소설을 읽을 사람이라면 애초에 에일리언 시리즈의 팬일 것이 뻔한바, 여기에서 묘사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전개는 대개 기대한 수순으로 흘러갑니다. '그래, 이런 식으로 가야겠지' 라고 납득할 수 있었어요. ...라고는 해도, 사실 개인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리플리가 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대상 <에일리언 1>과 <에일리언 2> 사이에 존재하는데, 그 사이에 리플리를 집어넣으면서도 영화상에 나타난 리플리의 모습이 이상해지지 않게 만들려니 다소 작위적인 연출이 나왔습니다. 필력이 나쁘지 않은 작가라 그게 심하게 어색하진 않았지만, 리플리를 없애고 그냥 새로운 인물들로만 구성하는 게 훨씬 깔끔했을 텐데 (그리고 긴장감도 더욱 돋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좀 아쉽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리플리 때문에 극이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어서 언급하긴 뭣합니다만, 리플리와 관계되어 등장하는 그 전개도 상당히 작위적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었고요. 작가의 경력으로 서른 편에 달하는 장편과 십수 편의 중편, 수백 편의 단편을 써왔다고 언급된 걸로 보아 스스로도 그런 걸 모를 리 없을 테니 리플리의 등장은 어른의 사정 때문이 아닐지 의심스럽습니다만,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부분만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완성도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팬으로서 충분히 봐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첫 페이지를 펼치고 난 후로는 끝까지 계속해서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약간 불평을 하긴 했습니다만, 저는 만족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