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안 풍경 전집
김기찬 지음/눈빛


 어떤 사람들에게 골목은 생소한 장소이거나,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유년시절을 골목이라는 공간과 함께 보낸 사람들에게, 골목은 옹색함이나 빈곤함과 맞닿은 장소라기보다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따스함이 담긴 장소일 것입니다.


 2005년 향년 68세로 별세한 사진가 김기찬 선생이 '골목 안 풍경'이라는 소재를 줄기차게 파고들어 탄생시킨 이 사진집에는 그런 따스함이 담겨 있습니다. 그 자신의 고향이 골목이었기 때문에 마치 고향을 찾는 느낌으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죠. 이 사진들은 어떤 예술을 한다기보다 그 장소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합니다. 특별히 어둡게 그려내지도, 딱히 미화하지도 않고 일상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물론 일부러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들도 많이 있으며 그래서 추억의 앨범을 넘기는 기분이 들긴 합니다만, 그런 사진이든 그냥 일상을 담은 사진이든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사진가가 이 사람들과 친밀하여, 스스로도 골목 안 풍경으로 녹아든 상태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자연스럽습니다.


 저 자신도 어릴 때에는 이런 장소에서 지내보았기 때문에, 이 사진집을 보며 '아, 그래, 이랬어.' 하면서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골목이 추억인 분이나, 이런 풍경에서 따스한 정서를 받는 분, 혹은 (이제는 거의 사라져 없는 공간인) 골목 풍경에 호기심이 있는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