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영춘권/수련단상 2016. 3. 26. 15:07

 영춘권을 할 때 실력을 향상하기 위한 중요한 한 부분은 몸으로 감각을 익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형태를 보고 그저 따라하는 것만이 아니라 왜 그런 형태가 되는지 알고 또 그 형태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부님께 감각을 전수받는 게 필수라는 거죠.

 부드럽되 힘이 없는 것이 아니고, 강하되 경직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걸 머리로 알고 말하기는 쉽습니다만 그건 아직 추상적인 영역입니다. 그래서 그걸 내 몸으로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가 묻는다면, 결국 머리만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알아야만 합니다. 몸으로 겪어봤을 때 비로소 '사부님은 이런 느낌이셨는데' 하고 재현할 수 있죠.

 "팔만이 아니라 몸으로 친다", "팔만이 아니라 몸으로 흘린다" 말한들, 그걸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건 내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지식일 뿐이죠. 도장에 다니면서 팔을 부딪히고 감각을 느끼고 그걸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비로소 그것들이 '내가 가능한 것'이 되어 갑니다.

 "와 저건 어떻게 하는 거지?"가 "이렇게 하는 건가? 근데 안 되는데?"가 되고 "어라? 방금 좀 된 거 같은데?"를 지나쳐서 "됐다!"가 될 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아주 기가 막혀요.

 뭐, 그런 맛에 도장 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