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The 100 year 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2013)
감독 : 플렉스 할그렌
출연 : 로버트 구스타프슨 외

 전에 개봉했을 때 볼까 하다가 기억만 해두고 안 봤던 걸, 이번에 생각나서 봤습니다.


 이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와 비교되는데, 주인공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 역사 속의 중요한 사건들과 삶이 엮이고 유명인들에게 영향을 주며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을 지니고 설파하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현재에 있으며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식인 것도 좀 비슷하고요.


 그런 철학에 대해서 썰을 풀려면 못 풀 건 없겠고 나름대로 전할 메시지도 있겠습니다만.. ..그보다 이 영화는, 정신 나간 또라이들이 가득한 골때리는 코미디 영화로 보는 게 맞지 싶습니다. 과거 회상은 그렇다 치고 현재 시점에서 주인공은 정말 뒷일 생각 않고 막 나가는데 우연과 행운이 겹쳐 술술 일이 잘 풀립니다. 이건 그냥 속편하게 "야이 미친놈아ㅋㅋㅋ" 하면서 보는 게 어울리는 영화지, 무슨 철학 같은 걸 생각하고 고민할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의 소중한 순간을 즐기라는 식으로 멋지게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기엔 이 남자는 너무 막 나가요. 정말 이런 식으로 살면 물론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미래를 맞이하기 전에 죽어버릴 테니까요. 의외로 안 죽는다, 온갖 역경을 겪고 안 겪어도 될 고난도 겪게 되겠지만 어떻게든 살게는 된다고 말하고 싶다면야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철학이긴 하겠습니다만.


 진지하거나 가슴 따뜻한 감성을 중시하면 이 영화가 딱히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버라이어티하고 어딘가 미쳐 있는 걸 좋아한다면 이 영화는 꽤 유쾌하게 다가올 겁니다. 대책 없이 살아가는 노인이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갱단 하나를 말아먹는 과정이 실로 엄청납니다. 골때리게 웃기는 영화예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