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TRAIN TO BUSAN, 2016)
감독 : 연상호
출연 : 공유, 정유미, 마동석 외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이긴 한데, 여러 가지 의미로 한국적이더군요. 사회풍자 영화에 가까운 것과, 마지막에 신파조로 눈물 뽑아내는 게 그러했습니다. 한국적이라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그걸 고품질로 뽑아냈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었어요. 전반적으로 극이 박진감 있게 흘러가서 재미있기도 했고요.
극에서 대립하는 축은 좀비와 사람들이라기보다, 영웅과 일반인 (다른 말로 하자면, 소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소인이죠. 버스회사 상무 용석으로 대표되는, 자기만 살기도 벅차 이기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요.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굴 수 있고, 그렇게 죽어라 자기만 챙기는 것도 (꼴 보기 싫지만) 이해는 됩니다. 누구나 그러고들 있으니까요.
그들과 대비되는 존재는 마동석이 맡은 배역- 상화로 대표되는, 영웅입니다. 그들은 자기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나서서 다른 사람을 구합니다. 사실 그들이 온전히 이타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닙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타인을 돕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뜻이죠. 그들에게는 지켜내야 할 사람이 있었고, 그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나설 수 있었습니다.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그 한 가지 차이가 그들을 영웅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요.
타인을 희생시켜가며 자기만 잘살려던 소인은, 결국 그렇게 잘살게 되지 못했습니다. 타인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영웅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못하고 희생됩니다. 그러나 어쨌든 영웅은 지켜내고자 한 것을 지켜냈고, 그리하여 영웅의 의지는 이어지게 됩니다.
적당히 긴박감 있게 볼 수 있었던,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여담. 사실 반 이상은 마동석 보는 재미로 봤습니다.
여담2. 중반부가 됐는데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아있길래, 작가적 관점에서 절대로 죽지는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추려내고 '나머지는 희생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봤는데 정말 그 사람들이 희생되길래 기분이 묘했습니다. 예상이 맞았다고 좋아하기엔 그 과정이 좀 갑갑해서.. 아무튼 영화 자체는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