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혀두면, 사견입니다.
여태까지도 사견이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다시 밝혀둡니다.
간혹 영춘권이 내가권인지 외가권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이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제 의견을 말하라면, (전에도 적은 바 있지만) 영춘권은 그냥 영춘권이고, 무술입니다. 내가인지 외가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권의 유래가 실제로 어디에서 유래했든, 내가권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 되었든 마찬가지입니다.
카테고리를 만들어 구분하는 건 이해하기 쉽지만, 거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사물이 먼저 있고 카테고리로 구분하는 것이지, 카테고리가 먼저 있고 거기에 사물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내가권과 외가권이 있고, 그 차이가 있다는 게 분명하다고 가정해도, 모든 무술이 내가권과 외가권으로 확연하게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내가에 가까운 외가도 있고, 외가에 가까운 내가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내가권이라 해도 그 안에서도 풍격이 천차만별이며, 한마디로 외가라고 해도 그 역시 풍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내가/외가로만 딱 구분 짓는 건 모든 중국무술을 '중국무술이니까 다 비슷하겠지!'라고 말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카테고리로 구분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 다른 점들을 세분화시켜 나눕니다. 동양무술/서양무술, 한국/중국/일본/다른 어떤 국가의 무술, 내/외가, 그 외 정말 여러 가지 많은 구분법들이 있어요. 그건 그냥 구분하기 위해서는 유용하겠습니다만, 그 구분 안에 들어간 무술을 이해하기 위한 정말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영춘권을 외가권으로 말한다고 영춘권이 갑자기 힘을 막 써도 되는 무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권으로 말한다고 갑자기 기를 중요시하는 무술이 되는 것도 아니죠. 영춘권은 영춘권의 힘 쓰는 방법이 있고 싸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내가권이거나/외가권이어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춘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영춘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나 외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냥 영춘권을 생각해야 합니다. 뭔가 주의해야 할 게 있다면 그건 영춘권이 내가권이거나 외가권이어서가 아니라, 영춘권이어서죠.
아마 내가권과 외가권으로 나누는 것은 스스로를 내가권으로 분류하는 무술에서는 유효할 겁니다. 우리는 이런 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니까 특히 주의해야 한다! 라는 느낌으로요.
다만 제가 하는 것은, 내가권도 외가권도 아닌, 영춘권입니다. 그거면 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