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더 다크
(Don't Breathe, 2016)
감독 : 페데 알바레즈
출연 : 제인 레비, 딜런 미네트, 스티븐 랭 외
트레일러를 본 이후 관심을 갖고 있다가, 어제 보았습니다.
잡도둑들이 맹인 퇴역군인의 돈을 털러 그 집에 들어갔다가 외려 털리게 된다는 스토리인데, 퇴역군인이 맹인이라서 후각과 청각으로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소리도 내야 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지요.
...뭐, 마음에 든 건 그 설정뿐이었지만요.
도둑들이 너무 멍청하다는 건 사실 별로 상관없었습니다. 잡도둑이고 아마추어스러워서 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것 때문에라도 이해가 됐죠. 준비가 그리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강한 집주인을 만나서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건 이해합니다. 다만 제가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그다지 긴장감을 느끼지 못한 이유는...
도둑놈들한테 감정이입이 안 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습니다.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긴장감이나, 야수같은 집주인의 위압감을 표현하는 데에는 아주 훌륭했어요. 다만 저로서는, '야간에 남의 집에서 무장강도질하려다가 당하는 건 자업자득이잖아'라는 사고가 너무 컸달까요. 도둑질 때문에 집안 물건이 몇 번 사라져본 경험을 한 입장에서, 도둑놈들은 좀 당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부에 여주인공에게 나름 사정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그래도 착한 쪽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는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만, 극이
진행되면서 그 난리가 나는데도 기어이 그놈의 돈을 가져가겠다고 발악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인간이란 참 추악하구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 사정이 있건 어쨌건 애초에 사정 없는 범죄자가 있긴 하냐고. 그리고 네가
가져가려는 그 돈은 집주인의 소중한 사람이 죽어서 받은 돈인데 그걸 훔쳐가서 새 삶을 살겠다고?
물론 영화가 진행되면서 나름 반전이 발생하고, 집주인도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님이 드러납니다. 드러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그게 주인공들이 좋은 녀석들이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잘해봐야 나쁜 놈 vs 나쁜 놈 구도랄까요, 여기 응원할 만한 착한 놈이 있어야 말이죠.
그래도, 어쨌거나, 소재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름 재미있게는 봤어요. 긴장감은 못 느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