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질문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힘이 (상당히) 센데, 굳이 영춘권 안 해도 되지 않아요?" 그에 대한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더 센 사람 상대하려고요."
힘이 나름 있는 편이지만, 더 센 사람도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힘으로만 상대하면 더 센 힘을 이길 방법이 없죠. 힘이 강한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힘을 빼는 겁니다. 힘을 빼고 나면 비로소 상대의 힘을 이용해 더 강하게 되돌려줄 수 있어요.
힘을 빼는 건 몸을 흐물거리게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몸에는 탄력이 있어야 하죠. 상대의 움직임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게끔 준비하되 어디 하나 경직된 곳이 없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될 수 있지요.
힘을 넣고 딱딱하게 움직이면 한순간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보다 더 나아지기 어렵습니다. 힘을 넣는 건 강하지만 둔하죠. 하지만 힘을 빼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고 감각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더 강하고, 계속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이 되죠. 뭐, 일단 그냥 때리는 것만 쳐도 힘 넣고 치는 것보다 힘 빼고 치는 게 무게가 후욱 들어가거든요.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힘을 넣을 수 있어도 힘을 넣지 않고, 힘을 빼고 움직이는 쪽을 선호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벨이 높아지고 나면, 힘 들어가서 경직되면 죽습니다. 상대가 그 틈을 이용해서 어마무시하게 공격할 수 있거든요. 살기 위해서라도 힘빼기는 필수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계속 더욱더 힘이 빠져야 합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긴 합니다만, 언제나 지금 할 수 있는 이상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네요. 뭐, 쉽지 않으니까 재미있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