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안정효 지음/모멘토

소설이란 건 기본적으로 감성의 영역입니다. 직/간접을 포함한 작가의 인생경험을 풀어내는 것이고, 그래서 저는 원래 소설 이론을 특별히 중시하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러나, 소설이 감성이라고는 해도 여하간 작가만이 보는 것이 아니고 독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공부도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은 제목이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입니다. 두 가지 의미를 지닐 수 있겠지요. '안정효'가 써낸 '글쓰기 만보'라는 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말장난으로 여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게 있어서 이 책은 후자입니다. 작가 안정효가 써낸 '그의 글쓰기 방법'으로, 그가 고생하여 얻어낸 경험을 보고 뽑아쓸
만한 걸 받아들이려는 것이지요.

기실 저는 원래 이 안정효라는 작가의 글을 좋아했습니다. 딱히 찾아 본 건 아니지만, 외가집에 굴러다니던 '하얀 전쟁'을 주워 가져온 이후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책 베스트 3에 꼭 들었으니까요. 제드님의 이 책 소개 포스트를 보고 '아, 사볼까' 하는 마음이 든 건 그래서였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였으니까요.

책 자체에 대해 말하자면 간단합니다.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 단어에서 문체까지' (특히) 소설 쓰기에 있어, 어떻게 하면 힘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런저런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안정효 자신이 글을 쓰며 느끼고 깨달은 여러 가지 사항을 말해주는데 이 사람의 글쓰기 스타일과 제 글쓰기 스타일이 꽤 비슷한 편이라 제게는 아주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주지시키다시피, 이 책은 '모범답안'이 아닙니다. 글쓰기에 정답이란 없죠. 작가가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스타일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한번쯤 읽어볼 가치는 있습니다. 내가 한참을 고생해서 알아내야 하는 것을 이 책을 읽음으로 간단히 알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직접경험보다는 간접경험으로 알게 되는 지식이 훨씬 많지 -라기보다 대부분이지- 않습니까.

뒷표지에 적혀 있는 본문 인용글을 소개하며 이 포스트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움직일 때는 짧은 문장, 사색할 때는 긴 문장,
감각적 암시가 함축된 정서는 더 긴 문장,
분노는 스타카토 문체가 제격이다.
빛깔이 없거나 머뭇거리는 대화체를 피하고,
별 부담이 없을 때는 항상 능동태를 써라.

나는 상상이 현실을 못 따라간다고 믿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을 주변에서 찾아내고,
주인공의 모습이나 성격 등 부수적인 정보 또한 거의 모두 '기성품'을 활용한다. 실
존 인물을 통째로 작품에 담기 어려운 경우에는 여러 사람을 한 인물로 합성하는 작
업도 서슴지 않는다. 주변의 '보충대'에서 기성품만으로 조달하기 불가능할 때는 인
물형의 전람회장과 같은 심리학 서적들로부터 큰 도움을 얻는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