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아트 오브 머더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탐정 소설에 대해 말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에세이와, 그의 초기 단편인 <스페니시 블러드>가 실려 있습니다.

 에세이에서는 챈들러가 어떤 탐정 소설을 좋다고 생각하는지, 또 어떤 작가를 좋다고 생각하는지, 그래서 탐정 소설은 결과적으로 어떠해야 하며 좋은 탐정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 같이 챈들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 즐거운 에세이죠. 왜 챈들러가 필립 말로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는지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페니시 블러드>는 경찰관인 샘 델라게라가 주인공인 추리 소설인데, 레이먼드 챈들러 특유의 향기가 느껴집니다만 살짝 대실 해밋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로서는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챈들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구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니 이 비열한 거리에서 홀로 고고하게 비열하지도 때묻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남자는 떠나야 한다. 리얼리즘 속의 탐정은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히어로이다. 그는 모든 것이다. 그는 완전한 남자여야 하고, 평균적인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평범하지는 않아야 한다. 진부한 표현으로 그는 진정한 남자다. ..... 소설은 이 남자의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한 도전이다. 그러한 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애초부터 도전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에겐 놀라울 만큼 폭넓은 분별력이 있지만 그것은 그가 살아가는 세상의 일부이기에 당연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이 있다면 세상은 살기에 안전한 곳이 될 것이다. 살아갈 가치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따분하지 않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심플 아트 오브 머더>, pp.35-36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