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을 배우지 않은 사람을 상대로 할 때는, 굉장히 대응하기가 쉽습니다.
이유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문외한은 우선 느립니다. 그리고 동작이 쉽게 읽힙니다. 무언가를 특별히 배우지 않은 이상, 아니 배웠더라도 깊이 있게 제대로 배우지 않은 이상,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마음이 생기면 동작은 커지고 느려지며, 실제로 공격 동작에 들어가기 전에 예비 동작이 생깁니다. 배운 입장에서 말하면, 그 틈을 타 파고들거나 피하기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펀치를 날리기 전에 크게 팔을 뒤로 뺀다든가 하면 말할 것도 없죠. 그건 두 동작이고, 이쪽은 한 동작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설령 조금 늦게 움직인다 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대의 기세에 쫀다거나 하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그건 초심자 수준의 이야기겠습니다.
이번에 이야기하는 예비 동작이란, 그런 기초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보다는 조금 더 위의 이야기, 현실적으로 제가 지금 계속해서 고쳐나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입니다.
원칙적으로, 영춘권을 제대로 하면 공격할 때 상대가 방어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갑자기 주먹이 쑥 들어오죠. 하지만 실제로 연습하다 보면 그렇게 깔끔하게 되지만은 않습니다. 상대가 공격하려는 걸 알 수 있죠. 제가 공격할 때 그 공격이 들어가기 전에 이미 상대가 공격을 읽었다는 걸 알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 치사오를 하기 때문에, 감각으로 상대의 흐름을 느껴서? 그것도 전혀 없진 않지만, 눈으로 상대의 공격 의지를 읽는 일이 제법 있다는 게 문제죠. 말인즉슨, 예비 동작의 문제입니다.
사부님의 경우는 공격이 깔끔합니다. 정말 깔끔하죠. 불필요한 동작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갑자기 공격이 쑥 하고 들어옵니다. 사부님의 공격을 막기 힘든 건 꼭 빨라서가 아닙니다. 하긴 빠르게 하시려면 엄청 빠르게 하실 수 있습니다만, 느리게 공격하실 때도 이쪽은 막기가 힘듭니다. 공격이 언제 들어올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반응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얼마나 연습하면 그렇게 되는지 경탄스러울 뿐입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쳐내려고 연습 중입니다.
공격이 나가기 전에 아주 잠깐 경직되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공격 의지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공격할 때 움직임이 깔끔하지 못하고 어그러져도 상대는 공격을 읽을 수 있죠. 이걸 고치기 위해서는 집중해서 연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신경 써서 고치지 않으면 영 바뀌지 않는 부분이니까요.
잘된다면, 아무 기척도 없이 갑자기 훅 들어가면서도 강하게 공격할 수 있게 되겠죠. 그런 공격은 제 영춘권 이상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꿈만은 아닐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