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재능과 상황이 다른 법입니다. 누구는 재능이 있어서 같은 시간에도 더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고, 누구는 시간을 많이 들일 수 있어서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죠. 양쪽 다 하는 게 이상적이고 프로라면 대개 양쪽 다 하게 됩니다만, 일반인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하곤 합니다. 직장인으로서 저는 영춘권에 전념할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직장인인 것치고는 나름 운동을 하는 편이긴 하지만, 원하는 만큼 충분하진 않죠. 전업 무술가가 아닌 이상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알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난 어느 정도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어차피 끝은 모두 마찬가지니 조급할 필요 없다- 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끝이 모두 같진 않아요. 더 잘할 수 있고 그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99렙이 만렙인 게임 같다면 어차피 99렙 찍으면 끝이니 죽자고 올리든 느긋하게 올리든 마찬가지겠지만, 영춘권에는 만렙 제한이 없습니다. 능력만큼, 하는 만큼 올라가요. 사부님도 계속해서 더 실력이 좋아지시는 걸 보면, 다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난 어느 만큼 사부님을 쫓아갈 수 있을까?
압니다. 조급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조급해한다고 실력이 늘진 않아요. 그런 마음이 생긴다면 그런 마음이 생길 시간에 그냥 연습하면 됩니다. 상황이 되는 한에서, 지나치게 무리해서 생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에서 말이죠.
사실을 말하면,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쁩니다. 일정 경지를 이루면 거기에서 정체되어 사는 것이 아니라,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겠죠. 그런 삶이야말로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계속해서 사부님께 배우고, 계속해서 사부님을 쫓아갈 겁니다. 사부님을 넘어서는 건- 글쎄요, 사부님이 멈춰 계시지 않는 한 힘들 듯합니다만서도. 아니 사실 지금 그대로 멈춰 계신대도 따라잡을 수 있을는지.
평생무술로 영춘권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다지 조급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죠. 훨씬 더 높은 경지까지 올라가고, 사부님이 보여주시는 모습을 나도 하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한에서 열심히 해야죠. 예전엔 무리하는 걸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최선이 아니라 그냥 무리하는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되 느긋한 마음으로. 뭐 지금은 그런 느낌으로 가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