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초기의 글들과는 달리 요즘은 문장에도 제법 신경을 쓴다. 물론 아직 더 다듬어 나갈 구석은 많으며, (현재의 내가 내 능력의 끝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글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부분만큼은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① ~수 있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② ~한 것이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 그다지 문장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그럴듯하게 있어 보이는 문장을 만드려 할 때 특히나 자주 나타나는 문장이다. 이런 표현기법이 꼭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왔기 때문에 전혀 새롭지 못하다. 따라서 저 표현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을 사용한다. 단순히 ~수 있다, ~한 것이다 라는 표현을 다른 말로 바꾸지 말고 표현 방법 자체를 바꾸는 쪽이 좋다. (방금 같은 경우는 '다른 말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를 '다른 말로 바꾸지 말고'라고 표현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했다. 또한 만약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면 '바꾸는 쪽이 좋다'가 아니라 '바꾸는 쪽이 좋은 것이다'라는 식의 문장이 되기 쉽다. '~한 것이다', '~한 편이다' 라는 등의 어휘는, 실제로는 그 부분을 아예 쳐내어도 얼마든지 뜻이 통하는데다 오히려 깔끔해지곤 한다)

③ 조금 전에 사용한 표현을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 이를테면 조금 전에 '그는 웃었다.' 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다음 번에 또 그가 웃을 때 '웃었다'고 쓰지 않고 '입꼬리를 들어올렸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가능하다면 같은 맥락의 장면 안에서는 동일한 표현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여의치 못하다면 적어도 두세 문단이 지나간 후에 다시 나타나도록. 이렇게 주의하면 스스로 표현 기법이 풍부해질 뿐더러 글 자체의 생명력이 보다 살아난다.


다시 말해, 내가 글을 썼는데 저 주의한다는 부분이 나타났다면 그건 내가 그다지 주의하지 않고 글을 썼거나 굳이 문장을 고치기 귀찮아했다는 뜻이다. 물론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저 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으므로 저런 문장들이 다소 나타나지만, 적어도 소설을 쓸 때는 매우 신경쓴다. (단지: 캐릭터들의 대화에서까지 저 표현을 엄격하게 금하지는 않는다)

내 글에는 아직 제거할 군더더기가 많은데, 사실 저 ①② 만 해도 꽤 어렵다. 한 번 잘못 붙은 언어 습관이란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문장 표현 자체를 갈아 엎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매번 그렇게 하자면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는다. 하기는 실제로 시간을 잡아먹는 항목은 ③이긴 하다. 매번 새로운 표현을 궁리해야 하니까. 물론 그럴 만한 가치는 있지만, 지금처럼 마감이 있는 상황에서는 문장 하나 가지고 너무 오래도록 끙끙댈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은 어느 정도의 어휘를 가지고 로테이션을 돌리게 되는데, 그래도 너무 뻔하지는 않도록 나름대로 신경쓴다. 타협이 곧 항복은 아니니까.

그렇다는 이야기다. 저는 오늘도 이렇게 <기프트>를 쓰고 있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