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이블>을 읽었을 때, 내용 전체를 떠나서 이 부분이 와닿았더랬다.

(전략) ··· 아무튼 울피는 그 여자를 막은 게 기분이 좋았다. 그녀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그 여자는 비쩍 마른데다 코끝도 뾰족했고, 눈가에선 웃을 때 생기는 주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울피의 어머니는 눈가에 웃음주름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믿지 말라고 했다.

- 그건 웃을 줄 모른다는 뜻이야.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은 영혼이 없어.


영혼이 뭐예요?


- 자기가 지금까지 한 좋은 행동을 모두 합한 거란다. 웃으면 그게 얼굴에 나타나게 돼. 웃음은 영혼의 음악이거든. 영혼은 이 음악을 듣지 못하면 죽는대. 그러니까 나쁜 사람들은 눈가에 웃음주름이 없는 거야.


울피는 그 말이 사실일 거라 믿었다. 비록 울피가 다른 사람의 영혼을 평가하는 방법이라곤 그 얼굴의 주름 수를 세는 게 고작이었지만. ··· (후략)

<폭스 이블>, 187p


<폭스 이블> 자체에 대해서는 조만간 여유가 생기면 감상할 작정이지만, 다른 걸 모두 떠나서 나는 이 부분에 무척 동감했다. 물론 사는 게 너무 고되어서, 가족을 위해 힘든 일만 해 왔기 때문에 그런 고통의 세월이 얼굴에 새겨지는 경우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가족들을 위한 웃음주름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렇다. 눈가의 주름은 그 사람이 어떤 세월을 살아왔는가에 대한 증표이며, 영혼이 있다는 증거다. 단지 늙었다는 것, 추하다는 것으로 주름을 볼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눈가에 주름이 하나 없는 사람을 경계할지어다.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나는 중년이 되어서도 얼굴이 그저 깨끗하기만 한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주머니들의 팔근육이 아름답게 보인다.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니까. 집안일은 고되며, 많은 근력을 필요로 한다. 아이를 돌보는 데도 많은 힘이 들어간다. 나는 TV에서 무엇이 음식물 쓰레기인지도 구분하지 못한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결혼 2년차의 유부녀 연예인을 보았다. 물론 그녀에게는 그것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자신이 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 할 만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이니까. 나이가 사십이 넘었는데도 얼굴에 주름 하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수술한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오, 나는 차라리 그 말이 거짓말이기를 빈다. 물론 거짓말이리라. 나에게는 그녀가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