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보고 왔더니 나무위키 영춘권 항목이 핫하더군요. 나는 '라이센스도 증명할 방법도 없지만 동등하게 인정해달라'는 말을 참 길게 썼던데.. 안쓰러우면서 짜증 나더군요. 아예 말을 안 했으면 모르되, 일단 발을 조금은 들여놓은 셈이니 초심자가 제대로 된 영춘권 도장을 고르는 게 왜 중요한지, 제대로 고르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조금 더 적어볼까 합니다.

전에도 적었지만 초심자는 보는 눈이 없으므로, 도장을 가도 이 도장이 제대로 된 건지 알기 어렵습니다. 초심자의 눈에는 어쨌든 자기보다 강하면 실력 있어 보일 겁니다. 그 강한 게 제대로 무술을 해서건, 그냥 힘이 세서건, 뭔가 다른 속임수를 사용해서건 말이죠. 그래서 초보자가 제대로 된 도장을 선택하는 건, 사실상 의 요소가 큽니다.

어느 정도 영춘권을 수련하고 나면, 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떻게 해서 영춘권적으로 움직이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기준이 생기고, 그 기준에 따라 다른 무술이라도 어느 정도 수준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단편적인 것만 말하면, '팔다리만 움직이는가, 몸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가'..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초심자 여러분이 그걸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마세요. 저도 영춘권 배우고 처음 1, 2년 동안은 그런 거 잘 못 알아봤습니다. 저는 당시에도 이미 무술 덕후였고, 무술 동영상과 무술 영화, 무술 만화를 엄청나게 봤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거랑 무술적 시야는 별개입니다.

무술에서 사부가 왜 중요한가? 사부는 제자를 이끄는 존재이고, 제자의 기량을 키우고 제자의 눈을 틔워주는 존재입니다. 제자에게는 사부가 기준이 됩니다. 제자는 사부가 이끄는 대로 이끌립니다. 사부가 뛰어나다면, 제자도 그를 따라 기준과 실력이 높아집니다. 사부가 고만고만하다면, 제자도 그 고만고만한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기준도 여전히 낮은 채겠죠. 무슨 뜻이냐면, 사부가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여전히 못 알아본다는 뜻입니다. 무술적 움직임을 여전히 모르기 때문에요. 잘하는 사람을 만나느냐 못하는 사람을 만나느냐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럼 잘하는 사람을 무엇으로 구분하는가? 초심자에게 그건 운에 달린 문제지만, 적어도 사이비를 만날 가능성은 피할 수 있습니다. 영춘권에는 계보가 존재하며, 어느 검증된 사부에게 배운 사람인지를 확인해 정통성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양상파 영춘권사인 비류 님의 포스트 '영춘권의 계보 이야기'에 의하면) 영춘권 계보도도 있으며 계파를 떠나 모든 엽문파 영춘권의 계보가 (현재 서울에 있는 모든 영춘권 도장이 파를 막론하고) 정리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더 확인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계보도를 떠나서도, 적어도 영춘권을 타인에게 가르칠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의 사부에게 그가 가르칠 수 있음을 인정받은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그에게 가르친 사부가 누구인지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고, 그의 사부는 그가 자신에게 영춘권을 가르침받은 사람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것입니다. 그걸 못한다면, 상식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죠. 거르세요.

이전 글에서 일단 실력과 정통성은 별개라고 적었었는데, 그건 초심자 여러분에게 어차피 여러분보단 강할 테니까 실력으로 구분할 수 없을 거라고 한 이야기지, 정통성 없어도 실력은 있다는 뜻으로 한 말 아닙니다. 정통성 없지만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당당하게 자기 이름 걸고 자기 무술 걸지, 왜 배우지도 않은 남의 무술을 사칭하겠습니까?

영춘권은 그 원리가 중요한 무술이며, 각도 하나하나와 감각이 중요한 무술입니다. 사부가 잡아주지 않으면 그냥 제 맘대로 힘이나 쓰는 무술이 되죠. 고수 절대 못 됩니다. 그리고 영춘권을 사칭하는 사이비는 그걸 못 합니다. 제가 영춘권 한다고 주장하는 사이비 중에 그거 할 수 있는 사람을 못 봤습니다. 직접 안 보고 영상만 봐도 그냥 압니다. 기본적인 각도와 중심과 궤도가 다 틀려먹었는데 무슨 영춘권을 해요? 그냥 니 이름 걸고 니 무술 만드세요.

우리파 도장 나오라고 하는 이야기 아닙니다. 다른 파 도장 나가도 전 상관없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법이고, 도장마다 좀 성향이 다르므로 각 사람에게 더 잘 맞는 도장이란 게 있습니다. 이왕이면 우리 도장 나와서 같이 수련하면 전 좋겠지만, 다른 영춘권 도장 나가더라도 열심히 하고 제대로 수련해서 좋은 영춘권사가 되면 저도 그냥 같이 뿌듯합니다. 하지만 사이비는 아녜요. 너네들은 사기꾼들입니다. 입으로 뭐라 말하든 글러먹었습니다. 영춘권 원리가 뭔지 아예 모르는 티가 풀풀 납니다.

사이비를 아직 알아볼 수 없는 초심자 여러분들이 기본 바탕은 보장이 되는 길로 가는 데 도움이 되어주는 게 계보입니다. 사기꾼의 입을 믿지 마세요. 계보와, 그를 가르친 사부를 믿으세요.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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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1. 안녕하세요. 가끔씩 네시님 글은 보고 있었는데 인사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말씀하신 부분들에 공감합니다. 나무위키 글은 저도 봤는데 웃긴데다 링크된
    오버히트님 글을 보니 중언부언할 게 없어서 전 걍 가볍게 쓰고 요 며칠 봤는
    데 정말 가관이 되어가더군요...ㅎㅎㅎ 그런 논지를 보고도 믿으며 그리 가서
    배운다면 그건 그거대로의 인연인 듯 합니다...ㅎㅎ

    • 반갑습니다. 저도 비류 님 블로그는 종종 가는데, 좋은 글 많이 남겨주셔서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지도자 자격을 받으신 것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저도 사실 누가 나무위키 보고 도장을 고르냐 싶고, 영춘권을 모르는 제삼자가 보더라도 그 의도가 보일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사기꾼이 너무 설쳐대니 이참에 가볍게라도 설명은 좀 해두자 싶었습니다. 사기꾼은 항상 있고, 사기꾼에게 넘어가는 사람도 늘 있겠지만,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돕고 싶네요. 그래도 끝내 넘어가면.. ..그건 뭐 그 사람 인연이겠죠, 말씀대로.

  2.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하는 의무감이 와닿더군요. 대학교의 친한 후배가 인천에서 영춘권을 하는데(최근 열린 연수 말고 그 전에 열렸던 도장)열심히 하는 모습 보니 보기 좋더라구요. 본인도 열심히 해서 어서 마스터 레벨로 올라가고 싶다고 하던데 잘 하길 바랍니다 ㅎㅎ

    생각해보니 말씀하신대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돕는
    것이 먼저 배운 사람이 할 일이기도 하네요. 그럼 열심히 전문적인 정보를
    블로그에 적어서 검색을 했을 때 옳은 정보를 전하도록 해봐야겠습니다...하하


    주말까지 날이 춥다네요. 늘 건강하게 영춘권 수련하시고 부상 없으시길 바랍니다.

    • 저도 가르쳐줄 수 있는 레벨이 되면서부터 좀 더 책임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면 그만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본이 되어야겠다는 느낌? 영춘권 도장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좋은 무술이 널리 잘 퍼졌으면 합니다.

      옳은 정보에 관해서는.. 하시던 대로 하셔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잘하고 계신 듯하니까요.

      날이 추워졌지만 덕분에 미세먼지는 사라져서 오히려 운동하기 나은 기분입니다. 비류 님도 부상 없이 즐겁게 영춘권 수련하시길 기원합니다.

  3. 이신우 2019.02.11 13:36

    가슴에 와 닿는 글이네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비록 다른 계열이지만 항상 글로 자주 접했는데 처음으로 이렇게 글을 남기네요.
    실력이나 필력이 모두 모자라서 글을 못남겼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정리된 글을 읽게 되어서 기쁘네요~

  4. 영춘권하는 백부커 2019.02.11 19:45

    글 잘 보고갑니다^^ 저도 비류님과 같은 계열이며 양주시에서 도관을 운영하고있습니다~
    너무 좋은 글을 보게되어 속이 시원합니다.
    글재주가 없어 주인장님 블로그글을 자주 보고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조언 부탁드립니다^^

    • 아, 윙춘모션이신가 보군요. 반갑습니다. 도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언제든 부담없이 다녀가세요.

  5. 영춘권하는 백부커 2019.02.11 21:09

    엇! 알아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블로그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6. 윙춘소울의 신우사범님이랑 윙춘모션의 김사범님까지 이곳에서...ㅎㅎㅎ
    사파(?)의 득세로 엽문파 영춘권사들이 계파 막론하고 모이는 것 같아서
    좋군요...ㅋㅋㅋ

  7. 영춘권하는 백부커 2019.02.12 22:51

  8. 뜸한 사이에 간만에 들렀습니다. 장문의 글도 읽었고요. 나무위키든 어느 사이트든 키보드워리어들은 곤란합니다. 사이비들은 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