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여러 무술을 동시에 배우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추천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건 뭔가 하나를 하면, 그 하나만 죽자고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제 성향 탓이 크긴 합니다. 어차피 취미인 이상, 좋아하는 대로 즐기는 법이니까요. 다만 일반적인 취미로서 볼 때, 한 가지 무술을 제대로 연습할 시간을 내기만도 빡센 상황에서 두세 가지를 연습하기란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좀 이도저도 아닌 연습을 하게 되기 쉬우리라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사실은 늘 그게 문제죠. 취미로 무술하는 사람인지라, 체력이나 시간이 문제가 돼요. 영춘권이 사람을 상대하는 감각을 중시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도장에서 더 잘 수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집에서 연습하고 오는 게 필요합니다. 도장에서 기본기 단련을 하진 않으니까요. (아 뭐 가끔 하긴 하는데.. 그건 이런 식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맛보기지 그걸로 연습 충분하다!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예전에 잠깐, 영춘권을 하면서 유도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만, 역시나, 돈과 시간과 체력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영춘권도 유도도 둘 다 성에 차게 연습할 수는 없었어요. 제 상황에서 둘 다 할 수는 없었고, 결국 유도는 금방 그만두었습니다. 뭐, 짤막한 경험이었지만 나름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어서, 기회가 된다면 유도든 다른 무술이든 뭐든 또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 역시 지금은 영춘권만 하기도 벅차서요. 영춘권만 해도 갈 길이 멀고.

타무술을 배워서 내가 지금 배우는 무술의 단점을 보완한다! 라는 게 있는데,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꼭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배우는 무술이라면, 무술 체계 내에 그 무술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전법 자체가 들어있다고 봐요. 영춘권 거리 짧은 거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겁니다만, 그럼 멀리서 때리고 빠져나가는 상대한테 얌전히 맞아주냐? 하면 또 그건 아니거든요. 순간적으로 달라붙고, 상대가 빠져나가도 계속해서 따라붙는 법도 배웁니다. 그건 스텝으로 빠져나가는 다른 무술을 상대할 때 중요한 부분이죠.

영춘권 내에서도 이것저것 대응법이 있어서 (그래플링 대항도 일단 있습니다), 배우다 보면 재미있습니다. 전에 사부님 말씀으로 무술은 쓰기 위해서는 계속 업데이트돼야 한다고 하셨는데, 초기의 영춘권에는 없던 것이라도 나중에 생겨나 영춘권식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된 것일지도 모르긴 합니다. 필요하죠, 그런 거.

위에서 유도 배운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유도를 배워서 영춘권에 이런 걸 보완하자! 는 생각을 했다기보단 영춘권으로 유도 같은 무술을 더 잘 상대하려면 역시 배워보는 게 괜찮지 않을까! 한 쪽에 가깝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무술덕후다 보니 그냥 뭔가 배우는 거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고요. 기회만 된다면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술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다만, 전 영춘권을 제일 좋아하고, 역시 영춘권으로 강해지고 싶습니다. 이미 제 몸엔 영춘권이 배어 있기도 하죠. 다른 무술을 경험한다고 해도 그걸 다른 무술로서 온전히 쓰고 싶기보단 영춘권적으로 어떻게 이걸 상대할 수 있을까에 더 초점이 갈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영춘덕후인걸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