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영춘권
강지강 지음/혜성출판사
아무 생각 없이 늘 하듯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고 있다가, 새로운 영춘권 책이 나온 걸 발견했습니다. 저자가 강지강이라길래 누구지? 했는데 설명을 보니 알겠더군요. '미국 Discovery Channel Fight Quest의 초청으로 Ving Tsun 홍콩지역 영춘 격문 중의 연출과 영춘 무술 고문 담당'.. 파이트퀘스트 홍콩 편에서 우리 파 영춘권 말고 다른 파 영춘권 사부로 나오신 그분이었더군요. 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제가 원래 좀 무덕에 책덕이라 바로 사보았습니다.
구성은 통상적인 무술 교본의 구성을 따릅니다. 기본동작, 기본보법, 소념두, 심교, 목인장 일부와 그 투로에 따른 대타와 드릴을 일부 소개하고 있습니다. 치사오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데, 치사오는 감각 피드백이 매우 중요한 연습인지라 책으로는 아예 가르칠 생각도 안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작이나 기술 설명은 비교적 세세한 편이어서 꽤 신경을 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영춘권 (장량 저)> 교본 감상에서도 언급했듯 아무리 기술 설명을 잘해도 실제로 문외한이 그걸 보고 똑같이 따라할 수 없으며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마련이고, 연습한 동작에 대한 교정이나 검증도 안 되기 때문에 어차피 책으로는 무술을 배울 수 없다는 제 의견은 여전합니다. 뭐, 이렇게 말해도 책 사서 그냥 따라해보고 싶은 사람은 있을 테지만요.
이런 류의 책은 '이걸로 배울 수 있다!'기보다는 '이런 무술입니다. 관심 있으시면 제대로 배워보시죠!'하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용도가 크다는 뜻이죠. 저처럼 실제로 도장에서 영춘권을 배우고 있는 사람의 경우엔 더욱 그렇달까요, 내가 배우고 있는 것과 어떤 게 비슷하고 어떤 게 다른지 좀 보고 싶어서 구입했다는 게 솔직한 심경입니다. 그런 용도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왕이면 조금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무술 교본으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건 담아냈다는 느낌이라, 이만하면 됐다 싶기도 합니다. 비전을 공개했다는 듯이 말하더니 실제로 교본 내용의 3/4은 그냥 자기 무술 자랑이었던 어느 무술 교본을 생각하면.. ..넉넉하죠, 뭐.
분량과 가격 이야기입니다만, 페이지 수는 134쪽으로 좀 얇은 편인데도 가격은 2만 5천원으로 그다지 저렴하진 않은데, 동 출판사의 '모두를 위한 주짓수'나 '모두를 위한 칼리&아르니스' 등과 비교해 보면 인쇄나 종이 질이 좀 좋은 편입니다. (왜 그 두 책으로 비교하느냐면 제가 가진 다른 책이 그 두 개라 그렇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은 적당히 납득이 갑니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을 살 때 제가 애초에 가성비 같은 걸 잘 생각을 안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모처럼 깔끔하게 나온 영춘권 책입니다. 덕후라면 사셔도 뭐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