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상체와 하체를 구분하는 게 꼭 좋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영춘권을 할 때, 상하체가 따로 놀면 안 되니까요.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합니다. 이를테면 애초에 무술에 있어서 근력단련이 기피되는 경우가 생기는 게, 무게를 들면서 팔만 쓴다거나 다리만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몸 전체를 하나로 쓰지 못하는 습관이 드는 걸 경계하느라 그러는 수도 있거든요. 몸을 따로 놀게 하지 않도록 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영춘권을 해오면서, 종종 영춘권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영춘권이 하체보다 상체가 발달된다거나, 팔과 어깨가 커진다거나 하는 말이요. 그런 말에 대한 제 의견은..
..아니오, 그건 영춘권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한 겁니다. 복잡하게 할 것도 없이 엽문 선생님의 말을 인용해보죠. "영춘권에서는 손을 수련하는 것보다 두 배 강하게 다리를 수련한다."
물론 영춘권을 하면 팔이나 어깨가 굵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허리도 강해지고, 다리도 굵어져요. 제대로 하려면 다리가 정말 강해야 합니다. 깊이 있게 하면 알게 되죠. 팔이 중요하지만, 허리와 다리는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힘을 내고 받고 흘리는 데에는 다리가 핵심이죠. 팔힘을 쓴다? 어림없죠. 그래서는 때려도 아프지 않고, 막아도 반격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최근에 한 사제와 자유 치사오를 해봤습니다. 어쨌든 워낙 레벨 차이가 있으니 결과는 딱히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그 사제의 경우 힘이 나름 있는 편이고, 보통 비슷한 급과 할 때 완력을 빼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죠. 그래서 제가 치사오를 해보니, 힘이 굳고 중심이 떠서 상대하기 아주 편했습니다. 애초에 영춘권은 맞부딪히지 않습니다. 흘러들어가죠. 몸 전체를 사용해 흘리고, 몸 전체를 사용해 칩니다. 중심도 완전히 내리고요. 그럴 수 있게 된 사람을 상대로 뜬 힘을 쓰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그 치사오에서도 제 나름대로 과제를 또 찾아내긴 했습니다. 더 부드럽게 흘리고, 더 자연스럽게 되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하는지 알았달까요. 그건 결국 기본 중의 기본에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이었죠.
네, 보법 이야기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의외로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죠.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는 확신했습니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실하게 중심을 이동시켜서. 사부님이 하시듯이 말이죠. 사부님을 흉내내려면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또 연습해 가야겠죠.
깊게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이 영춘권은 수기가 눈에 띄니까 상체로 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하체가 따라주지 않는 상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하체가 아무리 잘돼있어도 상체에 문제가 있으면 그 또한 곤란하겠지만요.
그러니까 결국.. ..다 해야 하는 거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