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걸 글 제목으로 해놓으면 영춘권을 독학하려던 분들이 찾아오기 쉽다 싶습니다만, 딱히 그 목적을 주로 두고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말하든 독학할 사람은 독학하니, 이제 와서 뭐라고 더 말할 것도 사실 별로 없고요.
각설하고, 요즘 들어 제 영춘권 수련에 있어서는 기초를 다시 바로잡는 걸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 글을 계속해서 읽어오신 분들은 '아, 또 기초 이야긴가'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어요, 연습은 본래 당연한 걸 당연하게 계속 쌓아가는 것인지라.
기초는 지금까지도 계속 중요하다고 말해왔는데, 또 새삼 바로잡는다고 말하면 여태까지 뭘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인가?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초를 뭔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데에는 두 가지 정도 원인이 있죠. 원래 제대로 해야 했지만 배웠을 당시에는 그걸 수행할 만한 몸이 아니라서 타협하고 있었다거나, 혹은 사실 수행할 수 있었지만 상대연습을 하면서 피하고 맞추는 데 급급해서 은연중 틀어져 있었다거나.
어느 쪽이건 좋은 일은 아닙니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인식하게 되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로잡아야 하죠. 왜냐하면 기초는 그냥 지나쳐가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 후에 이어지는 모든 것들의 발판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00층짜리 건물이 있다면 그 건물의 높이가 눈에 띄겠지만, 그 건물이 굳건히 서 있는 게 성립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면 자체가 안정적일 것이 필요하다는 것과 같죠.
그런 연유로, 그동안 사소하게 지나쳤던 모든 것들을 다 하나하나 고쳐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쓸 때에야 좀 틀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게 있겠지만, 적어도 연습할 때에는 완벽한 정자세를 추구하려 한다고 할 수 있겠군요. 골반이 틀어지지 않게 한다거나, 어깨가 말리거나 뜨지 않게 한다거나, 등이 굽지 않게 한다거나.. '설마 여태까지 그런 거 신경 안 썼나' 하고 생각하신다면 물론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한편으로 그걸 완벽하게 지켰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좀 타협하고 있었다는 게 진실이죠. 계속해서 정자세를 유지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들고, 그러니 그걸 의식해서 계속 지키지 않으면 어느 순간 타협해버리고는 그 잘못된 자세를 정자세인 양 유지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타협들이 나중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내죠. 적어도 제가 그 차이가 아주 크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레벨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라고 하는 건 역으로 저랑 같이 연습하는 사람들도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다는 뜻이므로,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은 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성과를 체감할 수 있기에, 그 약간의 차이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죠.
그래서 다시 돌아와 독학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기초는 어렵지 않으니까 기초만 대강 독학하겠다는 유의 사람이 종종 있는데 저로서는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말릴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다만, 무술 덕후가 의외로 흔히 가질 수 있는 태도인 '기초는 너무나 중요하기에 나는 기초를 완벽하게 쌓으며 배워가겠다'는 입장에도 다소 회의적이죠. 왜냐면 어차피 초보 입장에서 기초를 완벽하게 쌓는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단 몸 자체가 안 되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도 그렇습니다. 운동을 계속하면서 쿵후가 쌓이면 동작 자체가 변할 거고, 또 계속함에 따라 몸 다루는 법에 대한 이해가 또 변하겠죠. 위에서 제가 '기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면서도 타협해왔다'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그건 지금 와서 돌이켜볼 때 이야기지, 예전의 저는 그때의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단 말이죠. 영춘권을 계속해오면서 몸 쓰는 법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달라진 건데, 이건 한두 번 대오각성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물론 뭔가 느껴서 변화할 때마다 나름 레벨업으로 계단식 성장을 하긴 합니다만) 수련하면서 계속 변해가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변해갈 테고요.
이렇게 변해가는 것에 대해서 전 '그때의 수준에 맞는 답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의 모습이 최종적인 게 아니라고 해도, 결국 최선을 다해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점점 더 완전해지는 것이지, 전에 걸 버리고 영판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비록 지금 하는 게 어차피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완전하지 않으니 대충 하자'는 태도로는 그 수준을 백날 가도 벗어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