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하면서도 의외로 빠르게 지나가서.. 어느덧 제가 영춘권을 시작한 지도 만 11년을 채웠습니다. 가볍게 자축하면서, 여태까지 그래왔던 대로 기념삼아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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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가 쌓이는 게 뿌듯하긴 한데, 사실은 그 한편으로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말하자면, 11년쯤 했다고 하면 이러니저러니 변명을 대기 어려운 연차라는 거죠. 나는 이 연차에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 나는 아직 모자란 게 너무나도 많은데, 좀 더 열심히 해왔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어지는 거죠.

제가 영춘권을 대표하진 않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어쨌거나 영춘권은 이렇다 저렇다 블로그에서 이야기해왔던 건 사실이죠.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한 법이고, 말한 것들이 스스로를 부끄럽진 않게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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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권을 시작했을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다른데, 영춘권 실력이야 뭐 당연히 많이 늘었습니다만 여기에서 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요즘 느끼는 달라진 점은 역시 그겁니다. 제가 이제.. 40대가 코앞이라는 거죠.

아직 그리 큰 문제는 없습니다. 30대가 되고서는 20대 때처럼 몸을 굴렸다간 아픈 데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적당히 몸을 달래가며 쓰는 법을 익혔고, 기본적으로 영춘권 하는 데 문제가 있을 만한 일은 없습니다. 없기는 한데-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체감하는 게 있습니다. 회복력. 회복력이 떨어졌단 말이죠.. 이건 늘 하는 운동을 하던 대로 하고 있을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리듬이 맞춰져 있어서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하지만 평소에 잘 안 하던 걸 한다거나,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해본다거나 하면- 그리고 그걸 좀 빡세게 하면, 뭔가 예전보다 몸이 회복되고 새 메뉴가 몸에 붙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걸 느낍니다. 쌩쌩한 상태로 돌아오는 데 더 오래 걸린단 말이죠. 빨리 무언가 달성하고 싶다고 무리했다가는 대미지가 안 풀려서 오히려 더 돌아가게 돼버리니,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뭐 조금 회복력이 떨어지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한창이라고 할 만한 나이고, 잘 굴려가면서 열심히 해봐야죠. 일순위는 몸을 다치게는 하지 않을 것, 하지만 다치게 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열심히 할 것. 도달하고 싶은 경지는 아직도 멀리 있습니다. 설렁설렁 걸어만 가면, 그냥 서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도착점이 여전히 너무 멀 겁니다. 전력질주는 못한다 해도 어느 정도는 뛰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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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권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제가 살아오면서 해온 여러 선택 중에서도 확실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자부합니다.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무술을 찾았죠. 살아가면서 무얼 어떻게 하게 될 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아마 영춘권은 계속 함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