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에 못 나가게 된 지 두 달이 넘어버렸습니다. 작년 연말에도 4단계 격상으로 한동안 못 나갔었는데, 그때를 넘어서고 있군요.
도장에 못 간다고 영춘권 수련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개인적인 연습은 당연히 매일 하고 있고, 개인적인 만남을 통한 치사오도 미흡하게나마 이어가고 있죠. 모든 게 정상적으로 이어지진 못해도, 무언가 하나라도 향상시켜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개인수련을 할 때 수련 비중은 물론 기본기가 높습니다. 개인수련이란 게 특성상 기본기를 가다듬기 가장 좋은 탓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고급기술을 전혀 할 수 없는 건 아니라 어느 정도는 가능함에도 역시 기본기 연습 비중이 확연하게 높은데, 이건 역시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게 기본기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과정은 표지- 즉 고급기술을 많이 쓰는 부분이죠. 상성이라고 할까요, 특성상, 표지 기술들은 기본기를 뚫고 들어가기 쉽습니다. 따라서 치사오를 '승부'로 본다면 지금 시점에서 기본기 연습 비중을 높이는 건 좀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사오는 승부가 아니며,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연습일 뿐이죠. 그리고 제가 지향하는 건 고급기술에도 물론 능숙하지만, 고급기술까지 갈 필요도 없이 기본기로 끝내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이게는, 마치 사부님이 하시듯, 기본기 자체에 고급기술의 움직임이 녹아들어 있어서 기술은 기본기이지만 움직임은 기본적이지 않은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고급기술은 사용 상황이 다소 제한적인 대신 특정 상황에서 확실히 유리한 게 장점이고, 기본기는 어떤 상황에든 쓸 수 있게 범용성이 높은 게 장점이라고 할 때, 제 취향은 가장 믿음직한 기술을 겁나게 파는 거랄까요. 현실적으로 수련 시간이 아주 많기 어려우니 우선 기본기에 투자하는 느낌이죠.
물론 고급기술도 열심히 연습하긴 해야 하는 게, 애초에 고급기술이 없이 기본기만 해서는 고수준으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기본기의 발전에는 고급기술의 이해와 숙련이 필요해요. 다만 어느 쪽이건, 고급기술을 쓰고 싶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려면 역시 기본기부터가 위협적이어야 하겠죠.
대강 그런 생각으로 매일 충권을 연습중입니다. 허공에 충권 5천번, 월백에 5백번을 기본으로, 허공에 스텝 충권, 월백에 스텝 충권, 발차기와 조합한 충권, 방어기술과 조합한 충권, 탭볼에 충권.. ..같은 거 하고 있습니다. 하루 연습 시간이 대강 2시간 반에서 3시간쯤인데, 이 중 충권에만 한 시간 정도 투자하고 있군요. 다른 연습과 조합해서 충권 레벨 올리는 맛이 삼삼합니다.
사실 도장에 나가서 대인수련도 더 하고 교정도 받으면서 해야 더 빨리 늘 텐데, 아무래도 피드백이 적으니 도장에 나가는 것보다 레벨업이 훨씬 더뎌지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도 뭐,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대로 해둬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