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가 무술을 독학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거야 뻔한 거지만, 그럼 역으로 숙련자가- 이를테면 10년 이상 뭐라도 배운 사람의 무술 독학은 괜찮은가? 하면..

솔직히 말씀드려 본인의 무술을 몇 년을 배웠건 간에, 배우지 않은 다른 무술을 독학한다고 말하고, 심지어 거기에서 성과를 낸다고 말한다면, 전 그 사람이 배웠다고 말하는 무술이 제대로 한 게 맞는지 심각하게 의심할 겁니다.

쉽게 말해, 무술을 배우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거죠. 기술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걸 지나쳐, 기술을 다듬어 숙련시킨 후 실제로 사람에게 쓰기 위해 대련을 통해 또다시 다듬어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거니와, 독학으로는 이중에서 초급 단계라 할 수 있는, 기술을 다듬어 숙련시키는 부분부터 이미 깔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뭔가 했다며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의 기술은 숙련자가 보기에 이상하며, 적용 또한 억지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무술 초보가 굳이 독학을 하겠다고 할 때 할 수 있는 비판이 동일하게 들어갈 수도 있고요. 어차피 제대로 안 배우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익히는 이상 '그 무술'이라고 할 수 없는데 왜 굳이 '그 무술'을 하려고 하나요? 난 '그 무술'을 배우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형태만으로도 제대로 '그 무술'을 재현할 수 있다니, '그 무술'은 그렇게나 만만한 것인가요? '그 무술'에 대해 이만저만한 실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에 숙련자라면 무술을 제대로 배우는 데 혼자 생각해서 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걸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령 그 차이를 최대한 줄여나간다고 해도 혼자 연구하는 것과 이미 시행착오를 다 거친 사람이 가르쳐주는 것에는 압도적인 효율 차이가 날 것이 뻔한데, 왜 굳이 한참 돌아가는(데다 제한적인 깨달음만 존재하는) 길을 택하나요. 동작 한두 개 흉내내서 적당히 만만한 사람한테 써서 먹힌다고 그 무술을 제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야 숙련자라면 알고도 남을 텐데요. 무술을 제대로 하는 길은 길고도 지난하고, 배운 것을 숙련시키고 다듬어 향상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배우지도 않은 걸 하겠다며 한가한 짓을 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어요.

뭘 배웠건 안 배웠건 상관없습니다. 독학 같은 거 생각할 시간에 뭐든 제대로 배우는 게 시간 아끼고 얼른 수준 올리는 길입니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고 갈 길은 멉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