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적으로 강한 위력을 내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한다면, 사람마다 중시하는 게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그건 힘일 수도, 폭발력일 수도, 타이밍일 수도 있다.

사실 어느 하나가 다른 걸 배제하는 게 아니라, 어느 걸 상대적으로 중시하더라도 다른 것들도 따라가야 하는 것들이긴 하다. 어떤 무술은 이렇고 어떤 무술은 저렇지만 끝에 가서는 비슷해진다-는 말도 있긴 한데, 그건 모양새가 결국 똑같아진다기보단, 힘을 우선시하는 타입이라도 결국 속도는 필요하고, 속도를 우선시하는 타입이라도 결국 힘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스타일은 다르더라도 원리로서는 통하게 된다는 느낌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서 근래의 내가 신경 쓰는 건 어떤 부분이냐 하면, 뭐 종종 적긴 했지만, 몸 전체를 하나로 움직이는 것, 즉 몸이 한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조여진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따로 놀게 하지 않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요는 몸 전체를 하나로 들이박고, 몸 전체를 하나로 만들어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지만, 몸은 굳어지지 않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대략 이런 상태를 방송이라고 하고, 이런 상태에서 힘을 내는 걸 발경 내지 발력이라고들 하는데, 스타일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상태 자체는 많은 무술에서 추구하는 것이므로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면 이 말이 어떤 상태를 가르키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나야 영춘권사니까 영춘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영춘권의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른 무술의 방식과 관점에서 바라보므로 조금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긴 하지만, 뭐 어쨌든 일정 수준 이상이면 어떻게든 말은 통하더라.

그래서 몸을 한덩어리로 쓴다는 부분인데, 이게 능숙해질수록 공격력이 올라간다. 언뜻 영춘권을 팔만 써서 공격하는 짠손공격이라고 오해하는 초보자들이 있지만, 제대로 영춘권을 할 수 있게 되면 팔'만' 쓰는 움직임은 있을 수 없다.

뭐 비단 영춘권만의 이론은 아닌지라, 일정 수준 이상의 무술가를 보면 언뜻 팔만 움직이는 듯해도 그게 팔이 아니라 전신을 사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꼭 무슨 중국무술이 아니라 복싱을 봐도, 초보자들이 알기 쉽게 몸을 회전시키지 않고 그냥 팔을 날리는 듯한데 그걸 맞으면 상대가 퍽퍽 쓰러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단순히 팔을 날리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한덩어리로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움직임이 작고 미세하더라도 그것은 몸을 가만히 두는 것과는 다르며, 몸 전체를 사용해서 무게를 날리는 움직임이므로 매우 강하다. 몸 전체를 사용한다고 하면, 특히나 서브컬쳐에서, 발끝으로부터 끌어올려 몸 전체에 회전을 가하며 그것을 손실 없이 손끝까지 전달한다.. 는 식의 묘사를 볼 수 있는데, 그게 그 자체로 틀렸다고는 못하겠지만 거기에서 중요한 건 회전을 하는 게 아니라 손실 없이 힘이 전달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즉 관절이 풀어졌다거나 각도가 잘못되었다거나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거나 해서 몸을 두 부분 이상으로 따로 놀게 쓰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물론 이것에도 수준이 있어서, 수련하고 다듬어 갈수록 점점 더 정교해져서 움직임이 깔끔해지고 심플해진다. 이게 영춘권을 하면서 아주 재미있는 부분인데, 몸이 단단하면서 부드러워지며, 무거우면서 가벼워진다. 어느 정도 무술을 한 사람은 이게 무슨 표현인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듯한데, 어쨌거나 내가 계속 블로그에서 써 왔던 그 내용들이다. 무겁지만 민첩하며, 강하지만 딱딱하지 않다. 그게 점점 더 심화되어, 이전에는 무겁다고 느끼던 걸 무겁지 않게 느끼게 되며, 억지로 빠르게 움직이려 하지 않아도 더 스무스하게 파고들 수 있게 된다. 이런 맛을 알아버리면 무술에 단단히 빠지게 되어, 누가 칼 들고 협박하는 게 아니어도 알아서 수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말해도 결론은 사실 늘 이건데, 그래서 영춘권을 하는 건 정말 즐겁다는 거다. 어떤 무술이 누구에게 맞느냐 하는 건 솔직히 상성 문제도 있긴 하다고 생각하는데, 난 제대로 찾아낸 것 같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