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할 때는 잘된다고 생각하던 것이 긴장된 상황에서는 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건 원래 실력이 있었는데 긴장돼서 실력이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본래 문제가 있었는데 어물쩍 넘어갔던 부분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다. 긴장되거나 긴장되지 않거나, 정신이 있거나 없거나, 화가 났거나 침울하거나 등에 상관없이 몸에 이미 배어 있어서 그렇게 움직여 버리고 마는 것만이 진짜다.

실은 평소에도 집중했어야 했을 부분을 괜찮다고 생각해서 넘겨버린 것들이, 정말로 자신의 것이 되어 있는지 시험받는 상황에서는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긴장된 상황에서 무언가가 잘되지 않는다면, 그건 '원래 나는 할 수 있는데'가 아니라 '아직 이런 것들이 모자랐구나' 하고 다시 잡아야 한다. 몸은 정직하다. 정말로 계속해서 배어 있는 것이 아니면 쓸 수 없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나 긴장이 어느 정도 몸을 굳게 만드는 건 사실이고, 그게 주는 영향이 또 전혀 없다고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국, 무술이란 그런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익숙한 것을 쓰기 위해 평소에 연습하는 것이다. 내가 긴장하든 긴장하지 않든 몸이 그냥 그렇게 움직여 버리는 수준을 노리지 않으면, 무술을 위급한 상황에서 쓰기 위해 연습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생각하던 것을 문득 정리했다. 아무리 봐도 연습이 모자라다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나는 나지. 내가 목표로 하는 길은 끝이 없고 여전히 멀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