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중국무술식으로 표현하자면 방송과 구조 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영춘권을 하는 데에는 제대로 된 자세와 모양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그러느라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한데, 엄격한 자세를 지키면서도 자연스럽게 힘빼기가 잘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대전제는, 자세는 일단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힘을 쓰기 위한 형태가 자세다. 그러므로 연습할 때에는 우선 자세가 망가지지 않도록 최우선으로 신경써야 한다. 힘이 빠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그 후의 일이다.
말하자면, 불필요한 힘이 빠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자세가 잡혀야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자세가 망가져서 애초에 제대로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형태인데 그 형태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고 해봐야 그건 그냥 흐늘거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스러움이란 반복된 연습 끝에 그 자세 자체가 자연스러워지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결국 그 동작을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서는 그런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 맞지만, 그건 동작 자체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데 노리고 있을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영춘권에서 원하는 자연스러움은 처음에 이 무술을 시작할 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경지를 필요로 하고, 힘을 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잘되지 않는다. 단순히 힘을 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몸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어 갈 필요도 있다. 의식할 필요는 있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힘을 빼려고 한다고 제대로 힘이 빠지지는 않는다.
계속 연습하고, 동작 자체가 자연스러워서 편안해지면서, 여태까지 몸을 쓰던 방식보다 더 높은 단계를 깨우쳐서 몸 전체를 더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되면서, 깨우침도 깨우침이지만 몸 자체가 단련되지 않아서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점점 더 이전보다 높은 경지로 올라서면서 쓸데없는 힘이 더욱 빠져가는 상태일 때, 그럴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깔끔한 자세와 자연스러운 힘빼기가 양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즉, 뭐가 잘 안 된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라는 게 맞다. 몸은 정직하다. 수없이 연습해서 자연스러워지지 않은 것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나?
실제로 싸울 때는 연습한 대로의 자세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는 이야기는 좀 다른 이야기다. 그건 싸울 때는 상황에 따른 변수가 많아서 이상적인 자세가 나오지 못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렇더라도 자세 자체는 최대한 이상적인 자세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지, 배울 때는 엄격하지만 쓸 때는 막 써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이를테면 무언가 들고 나를 때만 해도 다치지 않고 힘을 잘 쓸 수 있는 이상적인 자세가 있지만 실제로 살다 보면 상황에 따라 그런 자세를 완전히 엄격하게 쓸 수 없어도 최대한 맞춰 가며 힘을 써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결국 자세가 좋아야 다치지 않고 몸이 가진 힘을 최대한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는 좋은데 힘을 잘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실은 자세 형태만 흉내 낸 것이지 그 자세를 제대로 익힌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본다면 그 자세는 좋은 게 아니라 형태만 비슷하게 겨우 모양만 만들었을 것이다. 연습하면서 자세는 계속해서 미세하게 수정되고 더 올바른 형태를 찾아가고, 힘의 흐름도 보다 자연스럽게 몸 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 간다. 무술을 수련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