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콩트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정재곤 옮김/북하우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것은 육체적 병일 수도 있지만, 마음의 병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 병이든 여러 가지 증상으로 당사자를 괴롭게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만, 마음의 병일 경우 어지간해서는 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간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육체적 병일 때도 여간해서는 병원에 잘 가지 않죠) 인간관계가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나 많은 종류의 마음의 병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가볍게 열거해 볼까요: 광장공포증, 조울증, 우울증, 자폐증, 강박증, 정신분열증, 거식증 · 폭식증, 공황 장애, 스트레스. 현대인이라면 이 중 한두 가지는 가볍게라도 경험해 보았거나 경험하고 있을 겁니다. 이 책, <정신과 의사의 콩트>에서는 바로 이러한 병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프랑수아 를로르는 정신과 전문의로, 현재는 임상에 임하는 대신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류의 책을 쓸 때 딱딱해지기 쉬운 위험을 잘 풀어냈는데, 우선 임상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부드럽게 풀어내어 독자에게 읽게 한 후 (그래서 책 제목이 <정신과 의사의 콩트>겠지요), 그 뒤에 그 임상 사례에서 나타난 병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도 함께 해 주는 식입니다. 이 점은 책의 레이아웃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내는데, 페이지의 색에서부터 우선 '연두색 페이지 (사례)'와 '흰 페이지 (이론)'으로 구분해서 다르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구성은, 딱딱함을 덜어 줄뿐더러 우선 사례에 집중하게 한 후 그런 일이 주위에 일어난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를 자연스럽게 신경쓰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할 만합니다.
특정 사례가 있을 때,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몇 가지 이론을 제시합니다. 같은 사례라 해도 정신분석학적 분석, 행동주의적 분석, 생물 정신의학적 분석 등 여러 가지 해석을 제시하는데,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지만 또한 분명하고 확실한 분석은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요는 같은 증상을 지닌 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는 것이며, 그 중 적용될 수 있을 법한 방법을 사용하고 또한 병용하는 식으로 치료하는 것이죠. 물론 이 치료과정에서는 당사자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당사자에게 명확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환자와 더불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이론을 어느 정도 접했다고 해도, 이 책만을 갖고 마음에 병을 가진 사람을 상담할 능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그러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얻을 올바른 생각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병을 가질 수 있으며, 그러한 사람들에게 조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거나,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고통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며 이로부터 더 나아질 길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깨닫는 것이겠습니다.
물론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그뿐만이지는 않습니다. 병을 앓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로 주어지는 방법 중에서는 '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도'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좋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① 견디지 못할 어떤 상황이 있다면, 그러한 상황을 이미지하고 보다 긍정적인 방법으로의 해결책을 머릿속에서 구상해 이겨나갑니다. 혹은,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도전하고 쉰 후 다시 도전하는 식으로 계단을 밟아 오르듯 한계를 성장시켜 나갑니다. 주의점은 너무 높은 목표를 무리하게 할당하지 말 것. 사실 이것은 정신의 한계 뿐 아니라 신체의 한계를 상승시킬 때도 매우 유효한 방법이겠습니다.
② 어떤 상황이나 일이 우울하게만 보일 때, 그 일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해 봅니다. 어떤 일은 본인의 생각만큼 부정적인 사태가 아닐 수 있으며, 충분히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를 계속 반복하는 가운데 여러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처신할 수 있게 되며 또한 우울한 해석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릴 수 있게 됩니다.
③ 본인이 고치기 어려운 어떤 습관이 있을 때, 그 습관에 대해서 노트를 만들어 기록해 나갑니다. 이를테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뭘 먹었는지 적다 보면 덜 먹게 되고, 담배 피우는 사람이 담배 개비를 세다 보면 덜 피우게 되는 식입니다. 이 방법은 부정적인 습관을 줄여 나갈 때뿐 아니라 좋은 행동을 강화할 때도 유용하다고 생각됩니다.
책 뒤에 붙어 있는 추천글의 말을 좀 옮겨 보면, ‘정신적 문제는 문제 자체보다도 그것이 무엇이 상징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에서 이루어지는 상담 대부분이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문제해결방법은 저절로 찾아진다. 그건 마치 수학에서 원리만 알면 어떤 응용 문제도 풀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359-360p)’라고 합니다. 결국 문제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과 마주 보고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 나가려는 자세일 겁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상처를 받고 고통을 겪습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병을 앓습니다. 자체 치유만으로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너무 고통이 커서 자체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의학의 도움을 받듯이 마음이 아플 때는 정신의학의 도움을 받을 줄 알아야겠지요. 그냥 '병'이라고 하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정신병'이라고 하면 그 사람이 '이상해서' 걸린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괜히 혼자만 끙끙대다가 병을 더 키우는 일은 비단 육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까요.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정재곤 옮김/북하우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것은 육체적 병일 수도 있지만, 마음의 병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 병이든 여러 가지 증상으로 당사자를 괴롭게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만, 마음의 병일 경우 어지간해서는 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간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육체적 병일 때도 여간해서는 병원에 잘 가지 않죠) 인간관계가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나 많은 종류의 마음의 병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가볍게 열거해 볼까요: 광장공포증, 조울증, 우울증, 자폐증, 강박증, 정신분열증, 거식증 · 폭식증, 공황 장애, 스트레스. 현대인이라면 이 중 한두 가지는 가볍게라도 경험해 보았거나 경험하고 있을 겁니다. 이 책, <정신과 의사의 콩트>에서는 바로 이러한 병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프랑수아 를로르는 정신과 전문의로, 현재는 임상에 임하는 대신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류의 책을 쓸 때 딱딱해지기 쉬운 위험을 잘 풀어냈는데, 우선 임상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부드럽게 풀어내어 독자에게 읽게 한 후 (그래서 책 제목이 <정신과 의사의 콩트>겠지요), 그 뒤에 그 임상 사례에서 나타난 병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도 함께 해 주는 식입니다. 이 점은 책의 레이아웃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내는데, 페이지의 색에서부터 우선 '연두색 페이지 (사례)'와 '흰 페이지 (이론)'으로 구분해서 다르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구성은, 딱딱함을 덜어 줄뿐더러 우선 사례에 집중하게 한 후 그런 일이 주위에 일어난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를 자연스럽게 신경쓰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할 만합니다.
특정 사례가 있을 때,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몇 가지 이론을 제시합니다. 같은 사례라 해도 정신분석학적 분석, 행동주의적 분석, 생물 정신의학적 분석 등 여러 가지 해석을 제시하는데,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지만 또한 분명하고 확실한 분석은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요는 같은 증상을 지닌 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는 것이며, 그 중 적용될 수 있을 법한 방법을 사용하고 또한 병용하는 식으로 치료하는 것이죠. 물론 이 치료과정에서는 당사자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당사자에게 명확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환자와 더불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이론을 어느 정도 접했다고 해도, 이 책만을 갖고 마음에 병을 가진 사람을 상담할 능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그러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얻을 올바른 생각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병을 가질 수 있으며, 그러한 사람들에게 조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거나,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고통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며 이로부터 더 나아질 길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깨닫는 것이겠습니다.
물론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그뿐만이지는 않습니다. 병을 앓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로 주어지는 방법 중에서는 '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도'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좋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① 견디지 못할 어떤 상황이 있다면, 그러한 상황을 이미지하고 보다 긍정적인 방법으로의 해결책을 머릿속에서 구상해 이겨나갑니다. 혹은,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도전하고 쉰 후 다시 도전하는 식으로 계단을 밟아 오르듯 한계를 성장시켜 나갑니다. 주의점은 너무 높은 목표를 무리하게 할당하지 말 것. 사실 이것은 정신의 한계 뿐 아니라 신체의 한계를 상승시킬 때도 매우 유효한 방법이겠습니다.
② 어떤 상황이나 일이 우울하게만 보일 때, 그 일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해 봅니다. 어떤 일은 본인의 생각만큼 부정적인 사태가 아닐 수 있으며, 충분히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를 계속 반복하는 가운데 여러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처신할 수 있게 되며 또한 우울한 해석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릴 수 있게 됩니다.
③ 본인이 고치기 어려운 어떤 습관이 있을 때, 그 습관에 대해서 노트를 만들어 기록해 나갑니다. 이를테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뭘 먹었는지 적다 보면 덜 먹게 되고, 담배 피우는 사람이 담배 개비를 세다 보면 덜 피우게 되는 식입니다. 이 방법은 부정적인 습관을 줄여 나갈 때뿐 아니라 좋은 행동을 강화할 때도 유용하다고 생각됩니다.
책 뒤에 붙어 있는 추천글의 말을 좀 옮겨 보면, ‘정신적 문제는 문제 자체보다도 그것이 무엇이 상징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에서 이루어지는 상담 대부분이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문제해결방법은 저절로 찾아진다. 그건 마치 수학에서 원리만 알면 어떤 응용 문제도 풀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359-360p)’라고 합니다. 결국 문제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과 마주 보고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 나가려는 자세일 겁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상처를 받고 고통을 겪습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병을 앓습니다. 자체 치유만으로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너무 고통이 커서 자체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의학의 도움을 받듯이 마음이 아플 때는 정신의학의 도움을 받을 줄 알아야겠지요. 그냥 '병'이라고 하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정신병'이라고 하면 그 사람이 '이상해서' 걸린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괜히 혼자만 끙끙대다가 병을 더 키우는 일은 비단 육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