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주관적인 시각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결코 객관적일 수 없으며, 완전하게 이성적일 수 없다. 반드시 자기 이익 (혹은 신념이라 해도 좋겠다)에 관계한 가치판단이 선행되며 그에 따라 세계를 보는 시각과 행동이 나타난다. 좌파, 우파, 중도가 있다 치자. 중도가 객관적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 또한 주관적이다. 무언가에 가치를 부여하고 결론내린 결과물이므로.

물론 인간에게 이성이 있고 논리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게 맞긴 한데, 그걸 너무 높게 쳐서 정말 객관적으로 사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누구든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대로 타인을 바꾸고 싶어하는데, 논리로 들이대서는 사실 사람이 절대로 안 바뀐다. 사람이란 무척이나 감정적인 동물이다. 좀 바꿔서 말하면, 논리로 사람이 움직인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 논리가 감정을 움직였기 때문에 사람이 바뀐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명제는 그 명제 자체가 자신을 부정한다. 진리가 없기 위해서는 진리가 없다는 그 말도 진리가 아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세상에 절대적인 것이 없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그 말조차 사실 상대적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말을 좀 바꿔 하면 이렇다. 진리가 없다는 말은 당신이 생각하는 진리일 뿐이며, 따라서 그렇게 주장하는 시점에서 당신 역시 그 누구에게도 그 생각을 종용할 수 없다.

말하자면 이렇다. 당신에게 있어 당신의 세계는 사실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당신에게 있어서는 사실 당신이 제일 중요할 거다. (종교인의 경우에는 인간보다 신을 우선하는 경우도 꽤 있기는 하지만, 그 이야기까지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지니 스킵. 어쨌거나 만약 당신이 신을 부정한다면 당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뭐 신을 부정한다면 어떤 개인이 자신보다 신을 중시한다고 해도 그 절대적 존재가 결국 그 사람 안에서만의 절대적 존재가 될 테니 별로 달라질 것은 없겠다) 당신의 생각이 당신 속에서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그걸 솔직하게 드러내면 다른 사람 역시 그 사람의 생각이 절대적이므로 서로 절대적인 두 명이 부딪힌다. 어쨌거나 사람이란 사회적인 동물이라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하니 사람들은 이걸 적당히 조율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게 예의범절이고, 혹은 '철들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결국 인간들은 각자 자신의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무튼 결국 자기한테는 자기 생각이 가장 옳다는 소리다.

······랄까, 난 왜 이런 개똥철학이 이리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뭐 어떠냐, 취향이지.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