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
스티븐 파스퀘일,레이코 알레스워스,존 오티즈 / 콜린 스트라우스,그레그 스트라우즈
에이리언 시리즈는 사실 해 먹을 만큼 해 먹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2까지만 괜찮았고 3부터는 컬트적이고 엽기적인 행각을 벌여왔달까요. 폐쇄된 공간에서의 심리 공포를 멋지게 표현해 내었던 1과,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액션 영화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2에 비해 묵시록을 끌어다 온 3는 그다지 임팩트가 없었고, 잔혹하기만 한 장면으로 '엽기적이다'는 평이 대세입니다. (절대로 제가 3에서 그 예쁜 뉴트를 죽이고 시작해서 3를 평가절하하는 건 아닙니다) 4야 잔혹성은 3보다 덜합니다만 이미 임팩트도 없고 이야기거리도 약하기 때문에 별 수 없는 마이너로 떨어졌습니다.
프레데터 시리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이었던 1은 꽤 괜찮았지만 대니 글로버가 주연인 2의 경우는 워낙에 주연의 포스 자체가 전작보다 떨어지는 탓에 묻혔습니다. 1에서는 정글이었지만 2에서는 시가전으로 확대되어 대판 액션을 벌였는데, 이게 3를 또 만들 건덕지가 그다지 없지요.
이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는 유명한 외계 생명체이자 양키 괴수영화의 양대 아이콘 (···)으로서, 본편에서 해먹을 만큼 해 먹으니 이제 그 둘을 합쳐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낸 게 바로 이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Alien VS. Predetor, 이하 AVP)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엄밀히 말해, 스토리성으로는 이미 생명력을 다한 것을 일종의 캐릭터 팬픽션으로 재생산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본편들에서 보여 주었던 명장면을 재현하거나, 이 양대 괴수의 특성을 잘 묘사하기만 하더라도 이런 영화에서 기대하는 내용은 충족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AVP1의 경우는 다소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기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AVP2가 나왔습니다··· 마는.
AVP2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AVP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보죠. 사실 이 경우는 FPS (1인칭 시점 액션 게임)로 게임이 먼저 나와,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대결이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인간이든 에이리언이든 프레데터든 어느 한 종족을 택일해 플레이할 수 있는데, 에이리언의 어디든 기어들어가는 움직임과 재빠름 그리고 강인함, 프레데터의 가공할 기술력, 인간의 암울함 등을 잘 재현한 재미있는 게임이었죠. 이 3종족의 밸런스 맞추기는 이 게임에서 선행시켜 볼 수 있었다고 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뭐 어느 쪽이건 가장 암울한 것은 인간이라서, 에일리언으로 치면 인간은 그냥 먹이고 프레데터로 치면 인간은 에이리언과 싸우기 전에 워밍업 상대입니다. 애당초 워낙 저 두 종족의 전투능력 수준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비교상대가 안 되죠.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에이리언들이 인간 상대로 그렇게 강했는데 왜 프레데터 상대로는 약하냐, 이런 말이 그다지 논리적이지 못한 이유가 이겁니다. 애당초 인간은 저 두 종족의 능력을 가늠할 대상 자체가 아니에요. (···)
따라서 AVP 영화가 나온다고 하면 인간은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싸움에 재수 없이 껴서 새우등 터지는 정도의 역밖에 맡지 못하게 되는 게 당연합니다. 아이언 맨처럼 파워 슈츠라도 입고 완전강화를 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겠지만, AVP 영화의 경우 미래 SF도 아니고 현대를 기준하기 때문에 그런 정도의 장비는 없죠. 총의 화력도 에이리언 시리즈에 나오는 미래무기처럼 강하지 않고. 적당히 놀라주다가 상대의 위력에 처참하게 죽어 가는 게 이런 영화에서의 인간의 역할입니다. 말하고 보니 참 슬프군요.
그런데 사실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는 본디 같은 세계관의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두 생명체의 설정에 어쩔 수 없는 어긋남이 생깁니다. 이를테면 프레데터의 투명화와 에이리언의 감각이 영 안 맞는 게 그런 겁니다. 프레데터에게는 그 과학력으로 자신의 신체를 눈에 안 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에이리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에이리언은 눈으로 상대를 보는 게 아니라마음으로 제 6감으로 상대를 인식하기 때문에 안 보인다고 해서 못 보질 않지요. 실제로 AVP2에서 이런 시츄에이션이 하나 나오는데, 다리 위를 프레데터가 투명화해서 지나가고 있고 그 반대편 아래쪽에서 에이리언이 무소음으로 따라붙고 있습니다. 이 경우 어느 편이 유리한가? 에이리언이 유리합니다. 프레데터의 감각 자체는 어디까지나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시야에 안 들어오면 모르기 때문이죠.
애당초 이 문제는 이 양대 괴수 모두 인간을 상대로 공포감을 주기 위해 창조된 괴물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프레데터의 과학력을 통한 투명화 · 열감지 · 압도적인 무기의 공격력, 그리고 에이리언의 제6감 · 강인함 · 무소음 · 산성피 등은 모두 인간을 대상으로 공포감을 주기 위해 기획된 능력이죠. 따라서 이 능력들은 서로 싸운다고 가정할 때에는 좀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프레데터의 과학력을 보면 그 정도의 과학력이 있는데도 에이리언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무방비로 있게 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하다못해 에이리언 본편에서 인간들만 해도 동작 감지기로 에이리언을 감지해내는 판인데요. 혹은 투명화에 버금갈 만한 에일리언에게 감지 안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요.
말이 길었습니다. 어쨌거나 위에서 열심히 썰을 푼 대로, 이 영화는 '사자랑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겨?' 라는 궁금증을 영화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그 사이에 애꿎게 인간이 껴들어서 괜히 사자한테도 얻어맞고 호랑이한테도 얻어맞고 있긴 합니다만. 여하간저그 에이리언 개떼를 상대해 압도적인 과학력의 프로토스 프레데터가 일당백의 전투를 보여줍니다. 뭐 그런 영화죠. 사실, 에이리언의 공포감이란 대체로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전에도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자신에게 싸울 능력이 있어서 충분히 대항할 수 있는 상대에게는 공포감을 느끼지 않는 법입니다) 에이리언이 주는 공포감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 인간을 넣은 느낌이 듭니다.
AVP2 자체의 이야기로 돌아올까요. 사실 보여 줄 만한 건 AVP1에서 이미 거의 다 보여줬습니다. 오랜만에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를 다시 봐서 반가운 마음에 AVP1이야 호평할 수 있지만, 이게 시리즈물로 이어져 2가 오면 또 다르죠. 어느 정도 작품성이 필요합니다. 너무 뻔한 공포 말고 심리 공포가 좀 있다거나, 아니면 새끈한 액션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자, 그 점에서 AVP2는 어떠했느냐······,
AVP2에서 보여주려 했던 건 딱 하나 밖에 없는 듯합니다. '여러분, 에이리언이 여태까지 지구로 정말 왔던 적은 없었잖아요. AVP1은 남극 그 좁은 데서 지지고 볶았으니까. 우리는 에이리언이 사람들 사는 도시로 오면 어떻게 되나, 그 비주얼을 보여드리겠어요.' 사실 이게 전부입니다. 시작하자마자 귀여운 남자아이도 거침없이 숙주가 되어서 죽어나간다거나, 여자도 거리낌없이 죽는다거나, 심지어 병원에서 아기들을 상대로 에이리언이 혀를 날름거리는 장면을 보여준다거나, 임산부를 상대로 에이리언이 가혹행위를 한다거나 하는 게 다 여기에 충실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합니다. 이런 사상은 영화 중의 한 장면에서 대사로 나타나죠.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알겠어? 모두 켈리를 보호해야 해." "지금 타이타닉 찍어? '여자, 아이 먼저' 그런 개소리는 집어쳐!" 뭐 이 뒤에 더 대사가 있긴 합니다만, 에이리언이라는 상대 앞에서 여자나 아이는 살린다는 말이 얼마나 이상주의적인가를 반증하기 위해 넣은 대사라고 봅니다. ···뭐 좋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고, 다르게 말하면 '여태까지 이 괴물들 가지고 보여줄 만한 건 이미 다 보여줬으니 이젠 관객들에게 정신적 충격이라도 줘야 먹히지 않을까? 헐리우드의 관행은 깨버리자고' 라는 식의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걸 보고 있노라면 에이리언 3에서 뉴트 죽였다고 에이리언 2까지만 인정하고 있는 제가 좀 바보같아 지기도 하고 말이지요. (···)
여하간 AVP2에서 인간들은 철저하게 소품으로만 활용당합니다. 별로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없어요. 다들 참 거침없이 죽어 나갑니다. 뭐 그런 영화입니다. 예전의 에이리언 시리즈는 '그런 사건들이 일어난 건 우주였어. 여기는 지구다. 여기는 지구야' 하면서 아이들이 공포감을 다스릴 여유라도 주었는데 AVP2는 그런 여유를 철저하게 없애버렸네요. AVP3이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너무 비주얼을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야기 그 자체에 힘을 싣지 않으면 앞으로는 B급이 아니라 C급이 될 위험도 있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팬이었던 사람 외에는 영 끌어들이기 힘든 영화인데다, 잘못 하면 그나마 팬이었던 사람도 등을 돌릴 지 모릅니다.
스티븐 파스퀘일,레이코 알레스워스,존 오티즈 / 콜린 스트라우스,그레그 스트라우즈
에이리언 시리즈는 사실 해 먹을 만큼 해 먹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2까지만 괜찮았고 3부터는 컬트적이고 엽기적인 행각을 벌여왔달까요. 폐쇄된 공간에서의 심리 공포를 멋지게 표현해 내었던 1과,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액션 영화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2에 비해 묵시록을 끌어다 온 3는 그다지 임팩트가 없었고, 잔혹하기만 한 장면으로 '엽기적이다'는 평이 대세입니다. (절대로 제가 3에서 그 예쁜 뉴트를 죽이고 시작해서 3를 평가절하하는 건 아닙니다) 4야 잔혹성은 3보다 덜합니다만 이미 임팩트도 없고 이야기거리도 약하기 때문에 별 수 없는 마이너로 떨어졌습니다.
프레데터 시리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이었던 1은 꽤 괜찮았지만 대니 글로버가 주연인 2의 경우는 워낙에 주연의 포스 자체가 전작보다 떨어지는 탓에 묻혔습니다. 1에서는 정글이었지만 2에서는 시가전으로 확대되어 대판 액션을 벌였는데, 이게 3를 또 만들 건덕지가 그다지 없지요.
이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는 유명한 외계 생명체이자 양키 괴수영화의 양대 아이콘 (···)으로서, 본편에서 해먹을 만큼 해 먹으니 이제 그 둘을 합쳐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낸 게 바로 이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Alien VS. Predetor, 이하 AVP)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엄밀히 말해, 스토리성으로는 이미 생명력을 다한 것을 일종의 캐릭터 팬픽션으로 재생산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본편들에서 보여 주었던 명장면을 재현하거나, 이 양대 괴수의 특성을 잘 묘사하기만 하더라도 이런 영화에서 기대하는 내용은 충족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AVP1의 경우는 다소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기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AVP2가 나왔습니다··· 마는.
AVP2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AVP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보죠. 사실 이 경우는 FPS (1인칭 시점 액션 게임)로 게임이 먼저 나와,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대결이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인간이든 에이리언이든 프레데터든 어느 한 종족을 택일해 플레이할 수 있는데, 에이리언의 어디든 기어들어가는 움직임과 재빠름 그리고 강인함, 프레데터의 가공할 기술력, 인간의 암울함 등을 잘 재현한 재미있는 게임이었죠. 이 3종족의 밸런스 맞추기는 이 게임에서 선행시켜 볼 수 있었다고 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뭐 어느 쪽이건 가장 암울한 것은 인간이라서, 에일리언으로 치면 인간은 그냥 먹이고 프레데터로 치면 인간은 에이리언과 싸우기 전에 워밍업 상대입니다. 애당초 워낙 저 두 종족의 전투능력 수준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비교상대가 안 되죠.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에이리언들이 인간 상대로 그렇게 강했는데 왜 프레데터 상대로는 약하냐, 이런 말이 그다지 논리적이지 못한 이유가 이겁니다. 애당초 인간은 저 두 종족의 능력을 가늠할 대상 자체가 아니에요. (···)
따라서 AVP 영화가 나온다고 하면 인간은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싸움에 재수 없이 껴서 새우등 터지는 정도의 역밖에 맡지 못하게 되는 게 당연합니다. 아이언 맨처럼 파워 슈츠라도 입고 완전강화를 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겠지만, AVP 영화의 경우 미래 SF도 아니고 현대를 기준하기 때문에 그런 정도의 장비는 없죠. 총의 화력도 에이리언 시리즈에 나오는 미래무기처럼 강하지 않고. 적당히 놀라주다가 상대의 위력에 처참하게 죽어 가는 게 이런 영화에서의 인간의 역할입니다. 말하고 보니 참 슬프군요.
그런데 사실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는 본디 같은 세계관의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두 생명체의 설정에 어쩔 수 없는 어긋남이 생깁니다. 이를테면 프레데터의 투명화와 에이리언의 감각이 영 안 맞는 게 그런 겁니다. 프레데터에게는 그 과학력으로 자신의 신체를 눈에 안 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에이리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에이리언은 눈으로 상대를 보는 게 아니라
애당초 이 문제는 이 양대 괴수 모두 인간을 상대로 공포감을 주기 위해 창조된 괴물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프레데터의 과학력을 통한 투명화 · 열감지 · 압도적인 무기의 공격력, 그리고 에이리언의 제6감 · 강인함 · 무소음 · 산성피 등은 모두 인간을 대상으로 공포감을 주기 위해 기획된 능력이죠. 따라서 이 능력들은 서로 싸운다고 가정할 때에는 좀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프레데터의 과학력을 보면 그 정도의 과학력이 있는데도 에이리언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무방비로 있게 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하다못해 에이리언 본편에서 인간들만 해도 동작 감지기로 에이리언을 감지해내는 판인데요. 혹은 투명화에 버금갈 만한 에일리언에게 감지 안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요.
말이 길었습니다. 어쨌거나 위에서 열심히 썰을 푼 대로, 이 영화는 '사자랑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겨?' 라는 궁금증을 영화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그 사이에 애꿎게 인간이 껴들어서 괜히 사자한테도 얻어맞고 호랑이한테도 얻어맞고 있긴 합니다만. 여하간
AVP2 자체의 이야기로 돌아올까요. 사실 보여 줄 만한 건 AVP1에서 이미 거의 다 보여줬습니다. 오랜만에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를 다시 봐서 반가운 마음에 AVP1이야 호평할 수 있지만, 이게 시리즈물로 이어져 2가 오면 또 다르죠. 어느 정도 작품성이 필요합니다. 너무 뻔한 공포 말고 심리 공포가 좀 있다거나, 아니면 새끈한 액션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자, 그 점에서 AVP2는 어떠했느냐······,
AVP2에서 보여주려 했던 건 딱 하나 밖에 없는 듯합니다. '여러분, 에이리언이 여태까지 지구로 정말 왔던 적은 없었잖아요. AVP1은 남극 그 좁은 데서 지지고 볶았으니까. 우리는 에이리언이 사람들 사는 도시로 오면 어떻게 되나, 그 비주얼을 보여드리겠어요.' 사실 이게 전부입니다. 시작하자마자 귀여운 남자아이도 거침없이 숙주가 되어서 죽어나간다거나, 여자도 거리낌없이 죽는다거나, 심지어 병원에서 아기들을 상대로 에이리언이 혀를 날름거리는 장면을 보여준다거나, 임산부를 상대로 에이리언이 가혹행위를 한다거나 하는 게 다 여기에 충실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합니다. 이런 사상은 영화 중의 한 장면에서 대사로 나타나죠.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알겠어? 모두 켈리를 보호해야 해." "지금 타이타닉 찍어? '여자, 아이 먼저' 그런 개소리는 집어쳐!" 뭐 이 뒤에 더 대사가 있긴 합니다만, 에이리언이라는 상대 앞에서 여자나 아이는 살린다는 말이 얼마나 이상주의적인가를 반증하기 위해 넣은 대사라고 봅니다. ···뭐 좋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고, 다르게 말하면 '여태까지 이 괴물들 가지고 보여줄 만한 건 이미 다 보여줬으니 이젠 관객들에게 정신적 충격이라도 줘야 먹히지 않을까? 헐리우드의 관행은 깨버리자고' 라는 식의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걸 보고 있노라면 에이리언 3에서 뉴트 죽였다고 에이리언 2까지만 인정하고 있는 제가 좀 바보같아 지기도 하고 말이지요. (···)
여하간 AVP2에서 인간들은 철저하게 소품으로만 활용당합니다. 별로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없어요. 다들 참 거침없이 죽어 나갑니다. 뭐 그런 영화입니다. 예전의 에이리언 시리즈는 '그런 사건들이 일어난 건 우주였어. 여기는 지구다. 여기는 지구야' 하면서 아이들이 공포감을 다스릴 여유라도 주었는데 AVP2는 그런 여유를 철저하게 없애버렸네요. AVP3이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너무 비주얼을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야기 그 자체에 힘을 싣지 않으면 앞으로는 B급이 아니라 C급이 될 위험도 있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팬이었던 사람 외에는 영 끌어들이기 힘든 영화인데다, 잘못 하면 그나마 팬이었던 사람도 등을 돌릴 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