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안다. 나는 많이 먹는다.

물론 내가 엄청나게 대식가라는 뜻은 아니다. 나는 그저, 내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별로 많이 먹지 않기에 많이 먹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어느 만큼 먹느냐 하면 미X터 피자에서 치즈 크러스트 컴비네이션 라지를 먹으면 일곱 조각 정도는 먹어야 성이 차는 정도? 요즘은 피X스쿨의 오천 원짜리 피자 두 판을 시켜서 혼자 한 판을 먹고도 두 조각 더 먹는다. 멋진 체형을 유지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좌우간에.

나는 내가 다니는 대학의 학생식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싸지 않은 주제에 양도 많지 않다. 가격이 어떤가 하면 한식이 이천오백 원에 양식이 삼천 원. 메뉴는 매일 바뀐다. 사실 이 학교에 처음 갔던 01년도에는 좀 더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본관 지하에 분식이 있었고 (그 치즈라면이나 순대는 맛있었다), 정보과학관 1층에는 얼마든지 밥과 반찬을 더 주는 한식 식당이 있었으며, 학교 앞에도 좀 쓸 만한 식당이 있었다. 그러나 이놈의 P대, 학교 주위에 놀 것 없기로 정평이 난 이놈의 P대는 방학 후에 다음 학기 즈음에는 식당이 꼭 하나씩 사라진다. 방학이 되면 손님이 없어져서 그런 것이겠지만, 학교 안 식당까지 시나브로 사라지다니 너무하지 아니하냐. 그래서 아무튼, 좋다, 08년도인 지금에 학교 안 식당은 두 군데가 있다. '학교측에 돈을 먹이고 들어왔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투자하지는 않는' 느낌의 식당인데, 그래도 요즘은 두 군데서 서로 경쟁하는지 좀 나아졌다.

그건 그렇고, 이 식당들은 '정량 배식이 원칙이지만 더 달라면 더 드려요'라는 슬로건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덕분에 처음 주는 양이 적다. 사람은 대충 배가 차면 굳이 더 달라고 하지는 않는 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자원절약술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돈 주고 사 먹는다면 좀 더 양이 많아야만 만족하는 남자다. 그런 나에게, 양식이라고 주는 돈까스의 기본 분량이 주먹 너비 크기 (손바닥이 아니다)에 딱 한 개 준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위에서 '더 달라면 더 드려요'라고 말했지만, 실은 돈까스는 더 안 주려고 든다. 밥만 더 주려고 한다. (사실은 이래서 제육덮밥 쪽을 좋아하는데, 그게 나올 때는 부담없이 선뜻 더 내주기 때문이다) 돈까스 크기가 어지간하면 나도 밥만으로 만족하겠지만, 애당초 돈까스 크기가 너무 작잖아. 소스만 더 부어주는 게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이게 소스 덮밥도 아니고.

그래서 얻어낸 생활의 지혜: 학생식당 돈까스편.

Neissy: 조금만 더 주세요.
식당 아주머니: 자, 여기. (밥만 더 준다)
Neissy: 돈까스도 좀 주시지.
식당 아주머니: 돈까스는 안 되는데···. (난처해하는 기색)
Neissy: 에이, 좀 주세요. (여기에서 필요한 건 약간의 애교)
식당 아주머니: 안 되는데.. (결국 돈까스도 준다)

그렇다. 필요한 것은 상대의 호의를 얻어내는 능력이다. 여기에서 만약 "에이 거 어차피 남을 텐데 좀 주시죠?" 라는 식으로 대응했다가는 돈까스를 더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럴 때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자. 식당 아주머니는 물론 업체에 고용된 직원이기 때문에, 업체에서 '돈까스는 더 주지 마라' 라는 기본 방침을 주었다면 그걸 어기기는 원칙상 힘들 것이다. 그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어렵다. 그러나 인간 대 인간으로 생각해 보자. 아주머니도 집에 돌아가면 자식이 있을 것이다. 잘 먹는 자식 싫어하는 어머니는 없다. 그러므로 나는 서비스 업체를 상대하기보다 친한 아주머니를 상대하듯 말하는 것이다! (먹고 살기 참 힘들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식당에 투자하지 않는 학교 측에 있다. 학생식당의 질만 좋아도 학생들은 보다 만족할 텐데 이놈의 학교는 건물 짓는 데만 관심이 있고 학생 만족도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창 먹을 땐데 좀 많이 먹게 해 주면 덧나냐. 얼마든지 더 준다고 해도 실제로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을 텐데. 등록금도 비싼데 식당에서까지 학생을 괴롭히지 말란 말이다.

···그냥 어서 빨리 식당 아주머니와 친해져서 나만 봐도 '얘는 많이 먹어' 하면서 딱 주는 경지까지 가면 좋을 텐데, 그걸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 듯 싶으니 어쩔 수 없고. 나는 내일도 식당에서 애교를 부릴 듯하다. (아련)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