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에서 고등학교 1학년 녀석에게 "선생님은 언제 군대 가요?" 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중고등부 교사다) 이미 다녀왔다고 하자 매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갔다 온 건가? 하고 중얼거리더니 내가 몇 살이냐고 묻더라. 올해 스물 여섯이라고 답했다. 녀석은 놀라워했다. 같이 교사를 하는 스물 넷인 내 여동생이 있는데, 내 여동생보다 내가 어린 줄 알았단다. ㅡ물론 특별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은근히 자주 듣는 소리기도 하다. 이게 단순히 내가 녀석 말마따나 "동안"이어서인지, 아니면 하는 행동이 활기차서 (라고 쓰고 어려서라고 읽는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일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나는 생각했다. 동안이라는 말이 기분 좋은 걸 보니 내가 나이를 먹기는 먹어 가는구나.

· 목감기. 황사 좀 먹었다고 몸이 이렇게 맛이 갈 줄은 몰랐다. 찬바람을 동반한 황사이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봄이라고 옷을 얇게 입었던 탓도 있었겠지. 여하간 나는 요 사흘 사이 생강꿀차를 스물다섯 잔은 마셨다. 마시다 보니 생강맛은 안 느껴지고 꿀맛만 나더라. 생강맛에 너무 익숙해져서이겠지. 하기야 중학교 적 한약으로 축농증을 고쳤을 때도 한약 한 두어 달 마시다 보니 중간부터는 한약이 달착지근하게 느껴지긴 했다.

· 일을 너무 오래 미루어 두고 있었다. 학교 과제들, 그리고 <기프트>의 플롯 설정. 내일 일어나면 오늘보다는 머리가 더 잘 돌아갈 테니 할 수 있는 일을 확실하게 하자. 우선 해야 할 과제들: 종교 관련 사이트 조사, 종교개혁사상 중 인문주의와 종교개혁 정리, 히브리어 읽고 쓰기의 기본을 확실하게 하기. 기프트 플롯은 일단 화요일까지는 세부안을 잡을 수 있도록 하자. 4월부터는 집필에 들어가지 않으면 늦는다.

·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지금의 나에게 플러스 요소일까, 마이너스 요소일까. 어쨌거나 지금 단계에서는 이대로 끊어져도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지금 정도가 제일 좋은 지도 모른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 여기에서 만족할 수만 있다면 집착도 슬픔도 발생하지 않겠지. 그러나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나는 언제나 여기에서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필요로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상대의 필요가 되어 주고 싶다는 것. 이게 되려면 난 더 크게 서야 하겠지.

·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자.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