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

오리지널/단상 2008. 3. 14. 00:26
어젠가 그젠가 TV를 보다가 케이블에서 해 주는 상상플러스였던가에서 그런 걸 봤는데, "XXX는 자기 외모에 만족한다?" 라는 자막이 나오고 마치 자기 외모에 만족하면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당연히 눈썹을 들어올렸습니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며 사는 게 올바르다는 거냐, 너희들은?"

사람에게는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매력이 있습니다. 무조건 "예 저는 즈질입니다 그저 굽신거리며 살께요" 라면서 자신감 없이 사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난 내 모습 그대로 나를 사랑해요"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좋겠습니까? 물론 노력해서 기량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향상시키는 쪽이 좋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 모습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 내 모습만으로도 사랑스럽지만 더 멋지게 변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걸 해 가자"는 정도로는 안 되는 걸까요?

게다가 그것을, 또 타인에게까지 강제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만족 못 하는데 너는 만족하다니 기분 나쁘다. 너도 나도 다 함께 불행해져야 해! 라는 심보? 하지만 실제로 이런 건 주위에서도 자주 보죠. 실제로 저는 "나는 내 외모에 만족해. 이만하면 잘생겼잖아." 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반응은 보통 이 두 가지죠.

ⓐ "그, 그래.. 훌륭한걸"
ⓑ "님이 잘생겼다고염? 푸하하 너 자신을 아셈"

그런데 정말 진지하게 물어 볼까요. 자기가 자기의 외모에 만족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글쎄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자기의 얼굴이 맘에 안 들어 항상 주눅 들어 다니는 미녀보다는, 특별하게 외모가 빼어나지 않아도 충분히 자기에게 자신을 갖고 당당하게 사는 여성 쪽이 훨씬 호감이 들덥니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 그 자체로서 말입니다.

안 됩니까,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면?

어떤 특정한 기준선을 그어 놓고 "이 위로는 만족해도 되고 이 아래로는 만족해선 안 된다" 라는 삶이 좋은 걸까요? 우리는 잘못된 가치를 너무 많이 배워 왔습니다. 이 사람에겐 이것이 있고 저 사람에겐 저것이 있는데, 그것을 굳이 경쟁해서 더 뛰어나야만 만족할 수 있다고 배웁니다. 수학 100점을 맞는 사람과 수학 10점을 맞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10점 맞는 사람은 자신의 점수에 만족하면 안 될까요? 그 사람에게 그것이 자신이 충분히 노력해서 딴 자신의 점수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란 경쟁 사회입니다. 더 뛰어난 쪽이 선택되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나름 자신의 장점이나 특기를 살려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것과 그것은 좀 다른 문제입니다. 나는 국어를 100점 맞고 수학은 10점밖에 못 맞기 때문에 국어 쪽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수학 10점에 못내 불만스러워하며 살아갈 이유는 없는 겁니다. 나는 내 수학 10점에 만족할 수 있는 거예요.

아마 당신은 당신 자체로 만족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남과 나를 비교하려 하지 않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모두 각자대로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외모가 다른 사람보다 떨어진다고 생각되어도, 공부를 좀 못 해도, 운동을 못 해도, 노래를 못 불러도, 여하간 뭘 오지게 못 해도, 그게 내 모습이라면 그 모습 자체를 사랑하며 살아 가는 쪽이 훨씬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도, 굳이 비교하며 깎아 내릴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남과 나를 비교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교만 아니면 자존감 상실 뿐이에요. 어느 쪽도 별로 좋은 건 아닙니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는 쪽이 훨씬 멋지지 않습니까?

적어도 저는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지금의 제게 이미 만족하고, 사는 게 즐겁습니다. 물론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더 향상시키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도 있죠. 노력해서 남보다 더 잘 하게 되는 것이 생길 수도 있고, 노력해도 누구보다는 결국 떨어지는 것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남과 비교해서 어쨌건간에 내 모습이고, 나는 내 모습에 만족합니다. 어쨌든 똑같이 살아가는 것이라면 항상 불만족하며 살기보다는 만족하며 사는 쪽이, 즐기며 살아가는 쪽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말하죠, 저는 저를 사랑한다고요. (낄낄)


※ 천성적으로 이게 영 안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기질 문제인데, 저로서는 그렇게 사는 사람이 나쁘다 어떻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게 그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면 좀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사실 문제는,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그런 시각을 타인에게도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겠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