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시차적응이란 힘든 일이라 낮잠을 좀 잤습니다. 기억나는 꿈은 두 개입니다.


· 아마도 배경은 아메리카였습니다. 집값이 싸서 기뻐했는데 지나다가 보니 뭔 사고가 났는지 911도 나오고 얼굴 깨져 죽어가려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게다가 심심하면 수상한 사람이 길에 보이는데 잘 보니 총을 들고 있덥니다. 저는 어머님과 길을 가다가 그걸 보고 "돌아가죠. 조심해야죠" "응" 해서 돌아가면 뒤에서 테러가 나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저는 어머님께 한 마디를 했지요. "역시 집값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렇죠?" "그러네"

사실은 반전이 있습니다. 돌아가려다가 아무래도 명색이 무술 매니아인데 총 앞에 꼬리 내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저는 어머님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어머님 이건 제 생각인데 말이죠. 이건 아무래도 꿈이에요. 그러니 총 맞아도 안 죽을 거예요. 가서 좀 싸우고 오겠습니다." 그래서 싸우러 갔습니다. 후밧이 안 먹혔고 총에도 한 방 맞았지만 '이건 꿈이다' 라고 염원하며 무한맷집에 공격하면 침투경에 내부폭발 (북두X권이냐)까지 성공. 심지어 적을 쓰러뜨리고 총을 탈취하고는 중간보스도 쓰러뜨리고 총을 마구 습득했습니다. <아이템 겟> <고 투 넥스트 스테이지> 이거 뭐야 몰라 무서워..


· 다른 꿈이었는데, 아마도 사랑이 하고 싶었던가 봅니다. 꿈에서 <플란다스의 개>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림책이었는데 쓸데없이 그림 퀄리티가 좋아서 읽다 보니 감정 이입 와방 되어 슬퍼지면서 '아 이제 네로가 곧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이게 읽는 도중에 미묘했던 게 어느새 네로와 아로아의 사랑과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네로를 응원하는 (아마도 아로아도 사랑했을) 소년이 매를 맞아 거의 죽어가면서도 네로를 도와 주는 뭐 그런 내용이 됐습니다. 그런 거야 어쨌든 중간부터 전 네로 역이 되었는데, 사실 이 시점부터 이미 네로와 아로아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는 게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뭐 이런 이미지만 남았지요. 꿈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그래서 거기까지는 그렇다치고 나온 결론이란 게 연인과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성냥을 사용해 불을 붙여 다 함께 죽고 나도 죽는다 라는 건데, 대체 꿈속에서 왜 이걸 <플란다스의 개>의 엔딩이라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비극이란 게 중요했겠죠. 파트라슈는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런 거에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성냥을 잔뜩 싸들고 <거실>로 나갔는데, 어느새 가족들은 저 꿈 배역 속에서의 가족들이 아니라 실제로 제 가족스러운 이미지. 어라?

아버지가 물으십니다. "그래서 정말로 죽고 싶은 거냐?" 그러자 꿈속에서도 역시 타죽는 건 아파서 싫을 것 같았던 제가 담대하게 대답합니다. "이왕이면 안 죽고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그렇다면 네 꿈은 무엇이냐" 그러자 저는 이 꿈에 있어서 클라이맥스가 되는 (것이라고 꿈의 플롯으로 아마 정해 두었을) 불후의 명대사를 칩니다. "사람이 사랑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사람이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지 않습니까!" 꿈속이었지만 제법 멋졌습니다. 아버지께서 엄지를 들어 보입니다. 어머니께서도 엄지를 들어 보입니다. 딜! 그리고 아버지는 말씀하십니다.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누구냐" 멋진 시점입니다. 저는 대답합니다.

"아뇨.. 딱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데요, 지금"

..응?

..그리고 꿈에서 깨었습니다. 이것이 방금 전에 있었던 이야기. 미묘하게 중요한 부분에서는 현실감을 띠는 것이 제 꿈 답기도 하고 어째 좀 찝찝하기도 하고.. (...)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