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무엇인가를 까면 자신이 그보다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며, 그러므로 나는 타인을 비판함으로 우월감을 얻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언제나 주의 깊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실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고 하였으며, 비판한다는 자체가 나는 그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교만임을 상기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 그러므로 요즘의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기를 삼가하려 하고 있다. 책임 없이 쉽게 입에 올리기 쉬운 쟁론들에 대해서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나의 견해가 전적으로 옳다는 보장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설령 전적으로 옳다 하더라도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다.

· 대개의 경우 나는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보다 행동하는 바보를 더 경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동하는 바보를 쉽게 비판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그 바보가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상황에서, 신념이 자체로는 옳되 그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그 신념을 더럽힐 만큼 방식이 어리석은 경우, 신념까지 함께 통틀어 싸잡아 비판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조심한다. 섣불리 둘 다 싸잡아 비판하는 형태의 글은 인터넷에 만연해 있으며, 그것이 지식인의 그것으로 포장되어 있다. 신념을 가진 바보가 가장 무섭다지만, 그렇다 해도 차라리 신념을 가지지 않는 쪽이 낫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 자기 자신을 후려칠 지도 모른다.

·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면 다행일 지도 모른다.

· 인간의 행위는 근본적으로 이기로부터 비롯된다. 여기에 선악을 붙이고 상대만이 악하고 자신은 그래도 잘했다고 말할 때에 일은 복잡해진다. 내면을 따져 보면 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로 상대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 또한 자신의 이득에 따라 움직일 것이며, 그것은 인간인 이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관계란 궁극적으로는 이득을 위해 얼마나 멀리 돌아갈 줄 아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수도 있다.

· 쉽게 무엇인가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음은 내가 모든 것을 온전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로지 신에게만 가능하다. 나는 내가 보는 시야로만 사물을 보고 이해할 수 있으며, 무엇에 대해 말하려면 언제나 이 제한을 잊지 말고 말해야만 한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