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프로메테우스

이 책을 언제, 그리고 어떤 이유로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이와사키 치히로 씨의 그림이 예뻐서 끌렸던 것만은 기억이 납니다만, 뭐, 문득 집어들어 보고 마음에 들었겠지요. 이 책은 구로야나기 테츠코 씨의 어린 시절을 그 당시 토토 (테츠코 씨의 어릴 때 이름이랄까)의 시선에 지금 다시 알게 된 시선을 합쳐 풀어 나간 글입니다. 치히로 씨의 예쁘고 포근한 그림과 어울려, 따스한 시점의 서술이 어떤 의미에서는 동화처럼 편하게 느껴지지요.

토토는 이를테면 주의산만한 아이입니다.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못하죠. 그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는 더 이상 이 아이를 다른 아이와 공부시킬 수 없다고 말하고, 그래서 토토의 어머니는 일종의 대안 학교라고 할 수 있는 도모에 학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도모에 학원은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약점보다 장점을 깨우쳐 주고 학생 각자의 재능을 존중하며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가를 가르쳐 주길 원하는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이 있는 학교였습니다. 그곳에서 토토를 비롯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배우고, 우정을 배우고,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됩니다. 지성과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인성을 키워 주는 학교였지요.

다만, 그저, 옛날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이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 하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는 의문이 듭니다. 초등학생부터 이미 학원을 몇 개나 보내야 자신의 아이가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요즘에 있어서는 더더욱 말이죠. 학교는 그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며, 평가는 성적순입니다. 명문고라고 말하는 고등학교에 도서실 하나 없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입니다. (도서실 없는 명문고는 제 경험입니다. 정말 실망했었죠) 학생 각자 각자의 재능을 피워 주는 곳이 아니라 갖춰진 규격에 맞게 학생들을 만들어가고 그러지 못하는 학생은 내쳐버리는 곳이 우리 나라의 학교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망가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친구를 폭행하고 자이언트 스윙을 날리고 심지어 파묻었다는 요즘 중학생. 그들이 그렇게 된 게 정말로 그들이 나빠서일까요. <창가의 토토>의 학교는 정말로 꿈처럼 느껴집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