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Neissy는 어떤 식으로 지냈는가, 이제 집으로 귀환해 수면세계로 완전히 뻗어버리기 전에 글을 좀 남겨보겠습니다.

일단 오후 세 시 반쯤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거실에 좀 남아 있던 탕수육을 마저 해치운 후, 교회로 갔습니다. 총연습 시작이 일단 4시부터였으므로 여유를 별로 부리진 못했지요. 하지만 오호라 애재라, 제가 연습을 시켜야 했던 중고등부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왜 중고등부냐면 지금 저는 그쪽 교사거든요) 이 죽일 놈의 학교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전날까지도 아이들을 놓아 주지 않았던 겁니다. 대한민국 학교 다 족구하라그래··· ···가 아니라, 뭐 여하간, 행사 시작 자체는 8시였으므로 아이들이 조금 늦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요. ㅡ라고, 저는 순진하게도 생각했습니다만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결국 아이들이 모두 모인 것은 7시 반. 총연습이고 뭐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연습조차 제대로 못했나이다. 웨악.

그래서 그 비어 있는 시간 동안 대체 무엇을 하였는가? 뭐 그냥 주일학교 애들하고 놀거나, 행사 전의 세팅을 좀 하거나 그랬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애들하고 논 쪽이 더 많군요. 집어들어 빙글빙글 돌리기. 양팔을 들어올리고 아이들을 위한 철봉이 되어 주기. 17대 1의 싸움놀이 (지만 그 17명이 초딩). 초딩 상대로 팔씨름 (그런 이유로 저는 아이들 팔뚝을 ㅡ손목이 아니라ㅡ 잡고 하거나, 아니면 검지손가락 하나로 상대했슴다). 혹은 뭔가 멋있어 보이는 걸 함으로서 초딩들이 자진 기합을 받게 하는 것 (이를테면 토끼뜀으로 계단 뛰어오르기 등). 같은 일들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시각각 시간은 흘러가고, 노는 척 해도 저는 나름대로는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해서 위에 말한 대로 결국 일곱 시 반에야 애들이 모였고, 최후의 연습을 시키고,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연습을 야매로 한 번 하고, 들어가는 방법 등은 다시 한 층 아래 밑에서 연습시켰지요. 그리고 저는 저 나름대로 또 청년부 공연인 워십 (Worship, 단어의 문자적 의미는 예배입니다만 공연에서의 워십은 노래와 함께 일종의 댄스 같은 걸 하는 걸 이릅니다)을 마무리 연습을 하였습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기어이 시간은 다가와, Time to show.

이번 크리스마스 행사는 주일학교, 중고등부, 청년부, 여집사님들, 남집사님들 등의 공연으로 다채로웠기 때문에 (평소에 비해 뭐가 다른 거냐면, 보통은 청년부까지만 공연을 하는데 이번엔 '어른'들께서도 참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볼 거리가 꽤 있었던 셈입니다만, '아아 제길 연습 더 제대로 시켰어야 했는데 이대로 내보내야 한다니 오오 입춘제길 오오' 이러고 있었던 저였기 때문에 차마 위층에 올라가 (교회가 6층쯤 되는데 1층이 식당이고 2층이 본당입니다) 공연을 볼 기분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아래층 식당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노가리를 까거나 탁구를 치거나 그랬습니다.

···랄까, 쓰면서 생각하는 건데 지금 제가 사용하는 언어는 어째 교회 생활을 설명하는 데에는 지나치게 훈훈한 느낌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만···, 뭐, 괜찮겠죠, 핫핫.

여하간, 이런 류의 행사를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연습하는 시간은 길지만 공연은 의외로 금방 지나가고 맙니다. 저는 연극을 위해 아이들을 내보냈고, (소품을 후다닥 준비하는 게 일이었습니다. 무대 위로 탁자 하나 갖다 놓고, 의자도 13개 갖다 놓고, 연극 끝나면 또 치워야 했죠) 이젠 죽으면 죽는 거지 뭐 하는 심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 동안 연습을 시킨 보람이 있었달지, 아이들은 꽤 잘 해 주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소리가 잘 퍼지지 않아서, 아이들이 뭐라고 하는지 뒤에까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었겠군요. 이건 내부가 조용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시끌시끌한 소리가 있었던 탓이기도 합니다만.

연극의 내용에 대해 첨언해두면, 제목은 <크리스마스 죽이기>이고 내용은 악마들이 모여서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죽일까를 회의한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마다 유혈사태가 난다거나 전쟁이 난다거나 해서 없애자고 하다가 고문의 말로 의견을 선회하는데, 그건 크리스마스를 인간들의 축제로 만든다는 겁니다. 말이 Christmas일 뿐 인간들이 마시고 즐기는 인간들의 축제로, 그래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범죄하게 만드는 날로 만든다는 거죠.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날이 됩니다. 뭐, 지금의 상황을 보면 악마들의 이런 계략은 아주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크리스마스 한정 로고를 만들면서 굳이 로고에 'Happy birthday to Jesus Christ'라고 적은 것에는, 크리스마스의 본 의미를 조금이라도 되새기자는 뜻이 있어서였습니다)

여하간 그런 연극이 있었고, 저는 이 연극이 끝나자마자 후다닭 소품을 치우고 무대에 올라가 워십 공연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율동 같은 것들을 싫어해 죽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꽤 즐거워하는 낯으로 파닥파닥 팔다리를 쭉쭉빵빵 거리고 돌아왔습니다. 뭐 한다는 데 의의가 있었죠.

쓰다 보니 이거 기네요. 그리고 점점 피곤합니다. 어서 자야겠어요. 그러니까 이젠 좀 대충 쓰겠습니다.

공연 다 끝나고 다과회가 있었고, 청년부들은 집사님이 사 준 치킨을 먹었고, 좀 쉬다가 새벽송 (새벽Song, 크리스마스가 된 새벽, 집집마다 찾아가 성탄 노래를 불러 주는 행사입니다. 새벽송을 받은 집에서는 과자 정도를 선물해 주는 게 관례입니다)을 돌았습니다. 이번엔 걸어다닌 것이 아니라 차로 돌았기 때문에 편했다··· ···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차에 자리가 없었던 고로 저와 남자 청년 또 하나는 트렁크에 폴더처럼 접혀 들어가 낑겨 있었습니다. 이 차가 아마 코란도였던가 뭐 그런 차였습니다. 춥지 않은 건 좋았지만 뭔가 궁상맞아 슬펐지요.

새벽송 돌고 와서는 청년부 다수와, 중학생 애들 두 명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영화를 보았지요. 정확히 말하면 영화를 본 쪽은 청년부 쪽이었고 그나마도 피곤에 지쳐 끝까지 다 못 보고 뻗어 버리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슬슬 적당한 타이밍에서 저는 플스2를 켜고 중딩놈들과 철권5를 하였습니다. 제 주 캐릭터는 로우 (Law). 오랜만에 플레이하는 것이었습니다만 기술이 다시 그럭저럭 기억나더군요. 그래서 로우로 할 때는 절대 안 졌고, 화랑으로 할 때도 한 번도 안 졌습니다. 원래 이런 거 할 땐 져 주고 그런 거 없습니다. 행여라도 져 주면 "이런 하수 ㅋㅋㅋ" 이런 도발 먹습니다. 그러므로 질 수 없었어요. ←

대충 그러다가 새벽 다섯 시쯤 결국 뻗고, 열 시 반에 일어나 예배를 갔다가 돌아와 지금 이런 글을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 썼으니 제대로 뻗으러 가야겠습니다. 사실 지금 적은 이런 내용들이 크리스마스 때마다의 패턴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12시쯤 다시 자서 5~7시에 일어난다는 게 이미 몸에 익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샤샥.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