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꿈 이야기다.

5층 정도 위의 아파트에서 나는 경찰들과 함께 무언가의 사건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들어온다. 들어올 때부터 꿈의 인식상 악당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들어오며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XX라는 사람이올시다." 저 XX는 내 본명인데, 여하간 운명적으로 겨루어야만 할 상대로 되어 있었던 듯하다. 뭔가 원근감이 엉망인데 어쨌든 나름대로 인식은 된다. 총 들고 시가 문 윈스턴 처칠 같은 생김새였는데, 여하간 이 놈이 우리들에게 무언가 협박을 할 것 같았으므로, 나는, 냅다 샷건을 집어들어 갈겼다.

이 놈이 뒤로 자빠지고, 길쭉한 장방형의 상자 뒤로 숨어져 안 보이게 되었다. 나는 샷건 끝으로 그 상자를 끌어다 치웠고 (이 시점에서 확실히 원근법이 무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 녀석은 폭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날 건드리면 다 함께 가는 거야! 라고 외친다. 그래서 물론, 나는, 냅다 쐈다. 녀석은 5층 아래로 떨어져서 혼자 자폭했다.

그런데 이 자식이 안 죽었고 어째 팔팔하다. 왠일인지 소방차며 구경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는데, 나는 서슴치않고 마무리를 위해 총을 갈겼다. 사실 여기에서 이 내 샷건의 정체성이 좀 애매해졌는데, 분명 생김새와 위력은 진짜 총인데 나가는 건 BB탄 (한 발)이다. 흰 총탄이 나가는데다 어째 나가는 궤도가 포물선이고, 심지어 그 포물선 끝에 궤도가 떨어져 바닥에 떨어지면 수줍게 되튕겨 오르는 모습까지도 모여 준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분명 아까 냅다 샷건을 쓸 때도 BB탄 날아가는 이미지였다. 뭐 그거야 어쨌든, 되튕겨 오르는 것까지 포함시켜 녀석을 맞췄는데 이놈이 너무도 쌩쌩하다. 네놈들 용서 안하겠어 라는 이미지로 이쪽으로 달려 올라온다. (엘리베이터 없다. 계단이다)

경찰들은 비장미를 보였다. 뭔가 형사반장같은 이미지의 남자가 자기가 버텨보겠다며 나를 도망치게 한다. 나는 옹박 뺨칠 만한 액션으로 계단을 뛰어내려가 도중에 그 마피아와 엇갈려 신나게 도망쳤다. 그러나 완전히 도망칠 내가 아니다. 또한 경찰들을 죽이게 둘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계단 아래에서, 이제는 계단 위에 있는 그 놈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런데 이건 뭐 맞아도 끄떡이 없다. 게다가 놈이 나를 발견하고 쫓아 내려오기까지 한다. 녀석의 총을 맞으면 아플 것 같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래서 나는 꿈을 접속종료했다. (...)

사실 내가 뭔가 무시무시한 상대와 싸울 때면 자주 쓰는 전법인데, 나는 '헉' 하고 식은땀을 흘리는 일이 없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의식 차원에서 꿈의 접속을 끊고 현실세계로 도망친다. 그래서 나는 꿈에서 벗어나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혼자 좋아했다. "흐흐흐흐 이 자식 백날 찾아보라지, 난 거기 없어!" ..잠이 덜 깼다 확실히. 여하간 이 순간 나는 매트릭스에서 돌아온 남자가 따로 없었다.

여기에서 내가 재미있었던 건, 저 꿈 자체라기보다 (저런 꿈이야 자주 꾸는 거니까) 꿈에서 벗어나서 혼자 좋아하던 내 모습이라고나 할까.. 여하간 뭔가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굳이 말하라면 온라인에서 상대를 실컷 약올린 후 가뷔얍게 도망치고 미친 듯이 좋아하는 초딩 같은 기분이랄까. 여하간 좋은 아침이다. 시작이 좋으니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도 같다. (...)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