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물론 어릴 때야 잠버릇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긴 했는데, 이십대로 접어들면서는 누워 자면 누워 잔 채로 눈을 떴기 때문에 그다지 이상한 잠버릇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 약간의 이상함을 느끼고는 했는데, 그건 내가 제대로 누워 자는 것 같기는 하지만 웬일인지 이불은 꽈배기처럼 꼬여 있거나 한쪽으로 밀려 있거나 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거야 자다가 더우니까 잠결에 치웠고 그러다 꼬였다거나 해석할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좌시할 수는 없게 되었다.
사실 자다가 두어 번 깼다. 그리고 그 때마다 미묘한 형상으로 침대 위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첫번째는 분명 얌전하게 누워 있는 듯 싶긴 했지만 이불이 정확하게 내 몸의 반쪽만 덮고 있는 것이다. 이게 뭐가 이상하냐고? 그렇다, 그다지 별로 이상하지는 않다. 이동한 게 이불이고 내 몸이 아니라면 그렇다. 말인즉슨, 이불은 가만히 있고 내 몸만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 얌전하게 누워 있었다. 이거 뭐야 몰라 무서워.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평범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두 번째다.
조금 전에 깨어 보자 나는 이불이고 뭐고 다 상관 없이 벽 보고 구석을 사랑하고 있는 자세로 옆으로 누워 있었다.(내 침대는 벽 한쪽 면과 맞닿아 있다) 입은 헤벌리고 있어서 혀는 다 말랐고, 무게가 오른쪽에 지나치게 쏠렸기 때문에 오른쪽 머리가 좀 눌렸으며 오른쪽 어깨가 미묘하게 뻐근했다. 깨어나자 벽이 눈앞에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어느 만큼 당황스러웠냐면 자판기에서 커피를 시켰는데 그냥 뜨거운 맹물이 나왔을 때만큼 당황스러웠다. 내가 잠을 자도 웬일인지 체력이 잘 회복되지 않는 것에는 이런 문제가 있었던가! 대체 나는 자면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냔 말이다!
나름대로 해석은 있다. 실은, 나는 꿈을 꾸면 대체로 액션활극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는 꿈에서 JKD를 쓴다. 양아치나 악당놈을 만나면 친다. 그런데 보통은 몸이 물 속에 잠긴 것처럼 잘 움직이지 않는데, 이것은 이불 속에 몸이 갇혀 있기 때문에 마음처럼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늘의 꿈 속에서 나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였다. 아마 드디어 자면서도 이불의 저항력 따위는 간단하게 무시할 수 있는 몸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더 무섭다. 이래서야 평생 혼자 잘 수밖에 없는 녀석이 되는 셈이잖아. 자다가 뭔 짓을 할 줄 알고. 그러니 위의 가설 같은 건 집어치우고 그냥 자면서 뒹굴뒹굴 굴렀다고 안전하게 생각하도록 하자. 그 쪽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될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정말로 나는 자면서 뭔 짓을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