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비룡소

매우 유명하며, 유명한 만큼 재미있는 책입니다. 취향에 따라 맞고 안 맞고는 있겠지만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만은 다들 인정하지 않을까 싶군요.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중학생 때였습니다만 최근에 다시 재독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 준 검은별빛 양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이 소설은 삶에 대한 은유이며, 누구나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여야 하는가, 어째서 우리는 점점 바쁘게만 사는 것인가,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도 왜 점점 여유는 없어져만 가는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실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을 뿐이며, 그러한 삶이 진짜 삶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말 돌아보아야 할 것을 돌아보지 못하고 그저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하는 삶은 종국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공허만을 가져다 주죠. 우리는 사실 이미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래, 그런 게 좋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라고 자위하기 이전에, 정말 어쩔 수 없는지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모모는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소녀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기는, 그 사람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꾸준히 들어주기는 실은 어려운 일이지요. 귀기울여 듣는다는 일은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돌이켜 보면 예전 중학생 때 이 책을 읽고 저는 실은 이 부분에 가장 감명을 받았었지요. 나도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다지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건 계속 노력해야 할 만한 부분입니다.

삽입되어 있는 일러스트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제 머릿속의 이미지가 좀 고착되어 있는 경향이 있었는데, 다시 읽으면서 모모의 생김새를 제 나름대로 다시 구성해 보자, 모모는 아주 예쁜 여자아이더군요. 물론 좀 더벅더벅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깜짝 놀랄 만큼 예쁜 커다란 눈은 머리 색깔과 똑같이 까만색이었다' (14p)라는 문장 하나만으로 모모는 외모부터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아이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왜 저는 이 아이를 너저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이것 참. (그러니까 뭐, 좀 더벅더벅 꼬질꼬질이긴 하지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