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학 이후로는 수업을 참 열심히 듣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학교 공부를 이렇게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싶다. 물론 이건 지금 무지하게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너무 안 해서라는 사실.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자니 배우는 것이 참 많아서, 그동안 나는 대체 무엇을 믿고 수업을 안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석이 없다는 것만으로 지금의 나를 칭찬할 수 있을 만큼 예전의 나는 참 대학 수업을 소홀히 여겼다. (지각을 이야기하지 않은 건 예전에도 지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째거나 안 째거나 둘 중 하나. 어쨌거나 수업 짤리기 직전까지 쨌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홀히 여기지 않으리라. 배움이란,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이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 학교에 가져간 대학 노트로 P대 (내가 다니는 대학) 문학상 공모를 위한 단편 <말하는 붕어빵>의 초입을 썼다. 줄기는 이미 잡았기 때문에 구체화시키며 쓰기만 하면 되었는데, 사실 플롯을 좀 더 제대로 짜야 쓰기 편했겠지만 그렇잖아도 <기프트>에 머리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 그렇게 하기가 귀찮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부분이 애매한데, 플롯을 제대로 짜야 쓰기 편하지만 플롯을 짠다는 자체가 불편하다. 어느 쪽을 중시하느냐의 문제지만 쓰면서 고생하지 않으려면 (=쓰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조합하지 않으려면) 플롯은 꼭 세심하게 짜 두어야 한다. <말하는 붕어빵>은 미스터리 요소도 없는 단편이니까 플롯을 세부적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덜한 편이다. 문학상 공모 기간이 29일까지 (맞던가? 여하간 그 즈음까지)니 아직 여유가 있다. 이 단편은 다 쓰면 이글루에도 공개할 계획이니 기대해주시라.

· <미학 오디세이>를 빌렸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읽어 보았는데 이 사람 글을 참 쉽고 재미있게 쓰면서도 중요한 내용은 잘 잡아낸다. 확실히 사람이 그냥 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 다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번 <총, 균, 쇠>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대체로 금방 읽히는 편이다. 내용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사람 이름 하나하나를 외우고 있으려고 작정한다면야 오래 걸리겠지만.

·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 혹은, 아는 대로 보인다. 그러나 주의하자. 인간은 새로운 지식이나 사상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나 사상을 자신이 보고 싶은 것에 맞추어 변화시키기 쉽다.

· 요즘 내 인생은 구 할이 커피다. 피곤에 쩔어 산다. 하루가 나한테만 마흔 여덟 시간이면 좋겠다. 잠도 실컷 자고 할 일들도 할 수 있게.

· 계단 세 단 한 번에 오르는 것이 그냥 보통 걷듯이 스무스하게 올라가지더라. 탄력을 붙여 오르면 다섯 단 여섯 단씩 오를 수도 있다. 세 단씩 오르는 도중에 탄력을 붙여 네 단 정도 올라갈 수도 있다. 몸이 예전보다 가볍고 탄력 있게 움직임을 느낀다.

· 악력이 돌아왔다. 32kg 악력기 (GD Grip PRO) 양손 모두 각기 백 회 논스톱 성공. 삼백 회 논스톱이 성공하고 꽉 쥐고 오 분 이상 버티기가 가능할 때쯤 되면 더 강한 악력기를 구해봐야겠다. 더불어 8kg 추감기가 요즘은 쑥쑥 올라온다. 아직 더 무겁게 할 필요까지는 없고 횟수만 늘이고 올바른 자세가 되도록 집중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현재로선, 30cm 정도 거리에서 펀치를 날리면 펀치머신 500~600 정도 나오더라. 예전엔 분명 700 전후로 나왔던 것 같은데 요즘 이상하게 낮아졌다. 경이 더 약해진 건지 아니면 펀치머신마다 측정치가 다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후자가 맞을 것 같다. 손맛은 예전보다 좋으니까. (확실한 건 펀치머신마다 측정값이 다르다. 어떤 걸 치면 900이 넘어가기도 한다) 어쨌거나 근거리에서 쳐도 사람은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

· 그러나 정말 무서운 건 힘이 센 사람이 아니라 합의 안 봐주는 사람이다.

· 바쁘긴 한데 뭔가 삶을 충실히 산다는 기분은 든다. 물론 이게 기분만 그렇게 드는 건지 정말 충실히 사는지는 조금 살펴볼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한 괜찮으리라 믿는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