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의 전신인 <그대 곁의 히어로>를 처음 썼을 때인 2005년의 시험집필작입니다. 당시엔 아직 <영혼의 시>를 쓰고 있어서 제대로 전개시키진 못했죠. 사실 <기프트>에 와서는 (내용 자체의 차이를 제외하고서라도) 문체가 하드보일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느낌이 달라져 있습니다만, 당초 생각했던 '감각'을 언뜻 보여드리는 데에는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한 번 올려 봅니다. -사실 요즘 포스팅 거리가 마땅치 않아서요. 뭐라도 올리긴 해야겠다는 사명감은 있는데 딱히 할 것도 없고 하니 이런 거나 올리는 게죠. 핫핫.

다 올릴 생각은 아니고 전투신의 일부만 슬쩍 올려봅니다. 왜 이 부분만 올리냐면 이게 문체와 주인공은 달라져도 이후 <기프트>에서 전개될 액션신의 형태를 보여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보시죠.



“매직 미사일 (magic missile)."

남자가 외침과 동시에 백록색의 구체 다섯 개가 남자 주위에 출현했다. 빙그르르 맴도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일제히 서진을 향해 날아들어온다.

“큭!”

신음한 서진이 뒤로 몸을 튕겨냈다. 쿠웅 하는 충격이 다리로부터 전해지고 그 자리에서부터 거의 튀어 날아가듯이 뒤로 빠져나간다.

“제기라아아아아알!”

튀어 나가는 그대로 뒤를 돌아보았다. 미처 다 짓지 않은 건물의 뻥 뚫려 있는 창문이 언뜻 보인다. 순간 팔을 몸에 붙이고 다리를 쭉 폈다. 불붙은 링을 빠져나가는 사자처럼, 그러나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속력으로 창문을 빠져나간다.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몸 옆을 스쳐지나가고 또다시 멀어졌다. 이미 십수 미터는 멀리 빠져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튀어나가는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다리에서부터 벽에 부딪힌다.

쿠웅 하고 순간적으로 멈추고 서진은 자신이 빠져나온 창문 쪽을 쳐다보았다,

싶은 순간 창문으로부터 백록색의 구체 다섯 개가 쇄도해왔다.

생각보다 먼저 몸이 반응했다. 다리에서부터 벽에 부딪혀 잠시 정지해 있는 그 반동에서, 다시 발을 굴러 몸을 옆으로 쏘아낸다!

뻐뻥!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방금까지 자신이 있던 곳에 매직 미사일 두 개가 처박힌다. 단지 그것만으로 벽이 움푹 파이고, 콘크리트가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옆으로 튀어 나가면서도 서진은 그것을 보았다. 더불어 매직 미사일 세 개는 궤도를 바꿔 다시 자신을 쫓아오는 것까지도.

“우아아―”

공중에서 다시 몸을 회전시켜 다리에서부터 옆쪽 벽에 부딪히고 다시 몸을 쏘아낸다. 이번엔 천정에 다리에서부터 착지한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힌 충격에 따라 천정이 파여들어가는 듯 싶다. 매직 미사일 세 개가 또다시 그를 향해 날아들어온다!

“―아아아아!”

정지는 한순간. 다시 몸을 쏘아낸다. 이번엔 매직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는 바로 그 정면으로다.

매직 미사일과 충돌한다 싶은 바로 그 순간 공중에서 몸을 옆으로 틀어 회전시킨다.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눈에 비치지도 않을 듯한 초고속으로 매직 미사일들이 서진의 몸을 스쳐지나간다. 아니, 스쳐지나간 건 서진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스쳐지나가고,

미처 궤도를 바꾸지 못한 매직 미사일 세 개가 천장에 격돌했다. 꾸과광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이 진동하고 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질거같냐.”

비로소 바닥에 안착한 서진이 이를 갈았다. 으득 악물며 핏발선 눈으로 아까 전 자신이 빠져나온 창문을 바라본다. 그곳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노려보며 고함쳤다.

“뒈져라 색햐!”

그의 몸이 남자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주인공의 입담이 걸걸한 건 이게 당초 구성상 현대물이어서 그렇습니다만, 어쨌거나 이걸 보시면 '서진'의 저 능력이 <기프트>에서는 누구에게 주어져 들어갔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다. 네, 그 소녀, 에이레네 키르헨펠입니다. (...) 에피소드 1에서는 기껏해야 천정에 머리 박거나 하는 정도의 활약담이 다입니다만 (실은 수정본에서는 조금은 더 활약하긴 합니다), 기실 그녀에게 주고 싶은 전투 방식은 최소한도 저 정도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 에이레네가 저런 액션을 하려 들지는 저도 도통 알 수가 없군요. 역시 고난을 주어야 뭔가 발전이.. 으흐흐흐.

여하간 <기프트>의 액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대체로 미스터리 추리물의 형식을 띄고 있기에 액션 빈도는 낮은 편입니다만 원체 Neissy는 액션으로 위명을 떨치는 (그런 게 있었다면 말이지만) 작가이니 액션을 좋아하시는 분은 앞으로 좀 더 기대해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알겠으니 일단 쓰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군요. (...) 열심히 쓰고 있사오니 기프트를 기다리시는 여러분은 그저 인내를 갖고 기다려주십사.. 흑흑.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