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식사를 하려고 보니 밥이 거의 사흘째 보온중이었다. 먹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밥이 사흘째라는 데에서 불현듯 영감을 얻은 나는 어머니와 동생이 함께 앉은 밥상에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어머님, 어머님."

영문을 모르고 쳐다보는 어머님에게 나는 햇살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밥삼일."

잠깐 침묵이 흘렀고, 동생은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렸으며 어머니는 헛웃음을 지을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이 되셨다.


또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오늘 서울 (나는 친가도 외가도 서울에 있다)에 올라가 차도를 달리는 중에, 식물에 관심이 워낙 많으신 -그리고 또한 다양한 종을 기르시는- 어머니께서 찔레를 보고 "너무 예쁘지 않니?" 라며 감탄하셨다. 또다시 네이시 개그 센스가 발동했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찔레는 칠레산."

동생은 비웃었으며 어머니와 아버지는 (예의상) 피식 웃어주었다. 그러나 나의 막장짓은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한마디가 더 남아 있었다.

"칠레는 권투의 나라죠. 왜냐하면 칠래니까."

동생은 이제 아예 못들은 셈 쳤고 부모님은 이 칠십년대 개그에 어찌 반응해야 할까 난감해하는 반응이셨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지성인은 원래 말장난 개그를 사랑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성인 꺄르르.


여담. 길가에 계속 찔레가 보였는데 찔레 이야기를 계속 하시던 어머님은 어느 순간 찔레를 칠레라고 발음하셨다. 이것이야말로 내 개그 센스의 가공할 전염성을 보여주는 일례가 아닐까? (확실히 나는 갈수록 제멋에 겨워 사는 것 같다. 심지어 뻔뻔하다. 괜찮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