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근황이라기보단 독서근황에 가깝겠군요. 제 도서 감상문을 보아 오셨다면 잘 아시겠지만 계속해서 소설을 파고 있었습니다. 주로 하드보일드 / 미스터리 계였습니다만, 현재 국내에 출판된 그럴싸한 하드보일드는 거의 다 읽었고 (몇 개 더 있습니다만 서점에서 살펴본 결과 문체나 대화가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기각했습니다), 미스터리는 아직 파려면 한참 많긴 합니다만 나름의 경향을 대체로 훑을 만큼은 구경했습니다. 말하자면 하드보일드가 아닌 미스터리는 경향을 훑으면 됐다 정도로, 딱히 그리 모아 가며 읽을 생각은 현재로선 안 든다는 소립니다. (빌려서 읽는다면야 읽겠죠)

그래서 소설도 어느 정도 읽었달까, 슬슬 다른 쪽으로도 눈을 돌리는 중입니다. 그 동안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시사 / 인문 / 과학 쪽이랄까요. 오늘 <시사IN>을 사러 간 김에 인문 / 과학 서적을 둘러 보았는데 딱히 뭐가 좋을지 선택이 어렵더군요. (고른다 쳐도 어차피 비싸서 오늘은 사지 못했다는 점은 그렇다 치고) 일단은 개관을 훑고 세부적인 사항으로 들어가는 게 역시 가장 좋겠다 싶었습다만, 어떤 개관서가 좋을지도 파악이 영 안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런, 진짜 공부 안 했구나' 싶더군요. 그렇다고 딱히 자괴감이 들었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이제부터 공부하면 되니까요, 핫핫.

문화 개관으로서 현재 살펴보는 것은 찰스 H. 크래프트의 <기독교 문화인류학>과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입니다. <기독교 문화인류학>은 '선교와 문화'라는 과목의 교과서로 채택되어 읽고 있는 것입니다만 어쨌든 기독교인인 저에게는 기독교적으로 문화를 살피는 시각의 조예가 필요합니다. 이걸 본 후에는 개인적으로 폴 히버트 (찰스 H. 크래프트는 타문화적 관점을 주창하는데 반해 폴 히버트는 자문화 중심적 관점을 다소 주창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의 저서도 찾아 볼 작정입니다. <총, 균, 쇠>의 경우는 현재 읽고 있는 중이고, 진화론적 관점만으로 세계를 설명하려 하기 때문에 아쉽긴 하지만 글이 읽기 어려운 편이 아니고 재미있기 때문에 즐기는 중입니다. 이쪽은 곧 다 읽을 테니 조만간 감상을 올리겠지요.

그 외로는 볼프강 좀머 · 데트레프 클라르의 <교회사,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인데 이쪽은 기독교회사를 어떻게 살펴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략적인 지도를 제공합니다. 물론 이것만 읽어도 대체적인 교회사의 흐름은 알 수 있긴 합니다. 뭐 이쪽은 기독교인 아니면 별 신경 안 쓸 것 같긴 합니다만. 그 외로는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 제 4판입니다만, 글이 어렵진 않은 편인데 정직히 말해 제가 한국문학사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좀 열의가 없지요. 고든 피의 제 3판 <신약성경 해석 방법론>이란 책도 대강 떼었는데, 이건 기본적으로는 신약성경을 어떻게 주석 (내용/상황을 역사적 문맥과 글 문맥을 통해 저자의 의도를 읽기)해야 하는가의 방법을 배우는 책이긴 합니다만 비단 신약성경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어떠한 책에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역시 공부란 여러모로 하고 볼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현재 읽은 / 읽고 있는 것 말고 앞으로 읽을 것으로는 카방글의 추천을 받은 나카자와 신이치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카이에 소바쥬 1)>과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제 취향을 이미 익히 잘 알고 있기도 하므로 괜찮은 책이리라 멋대로 믿고 있습니다.

과학 쪽으로는 서점에 갈 때마다 <뉴턴 하이라이트> 견본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좀 사둘까 싶어도 얇은 두께에 한 권 만 오천 원이다 보니 쉽사리 손이 안 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서서 읽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싶군요. 범죄학 쪽으로 브라이언 이니스의 <프로파일링- 범죄심리와 과학수사> 같은 책도 가난한 학생인고로 견본만 뒤적거리는 중입니다. 큰 맘 먹고 지를까도 생각 중이긴 한데, 혹시 비슷한 값에 더 좋은 다른 책이 있지 않을까도 싶어서 섣불리 손을 못 뻗고 있습니다. (랄까, 사실 지금은 돈도 없긴 합니다만)

이리저리 다각도로 손을 뻗는 중입니다만, 어쨌든 도서관이 있으니 그쪽에서 그럴싸해 보인다 싶은 책을 닥치는 대로 빌려볼까 하는 중입니다- <총, 균, 쇠>도 사실 그래서 빌린 겁니다만. 어쨌거나 이것저것 개관이나 개론서 읽으면서 괜찮다 싶은 것의 참고문헌이라도 참고하다 보면 길이 잡히겠지요. 일단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수학 빼고- 공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여러가지를 읽으려는 이유는, 제가 글을 쓰려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구라란 현실을 잘 알아야 능숙하고 그럴싸하게 칠 수 있는 법이죠. 현란한 화법도 중요하지만 99%정도 진실을 섞어 넣지 않으면 청자 (독자)는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썰을 잘 풀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것저것 잘 알아야 하는 법이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