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다 아시다시피 저는 카레라면 환장합니다. 카레라면 환장하는 사람은 카레라면이 나왔으면 당연히 먹어야겠죠. (요즘 이런 말장난이 점점 좋아집니다. 안 웃기면 웃길 때까지 일본을 공격해보세요 ←) <마린블루스>에서 카레라면에 관한 포스팅을 보고는 '우왓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심정으로 집 근처 마트에 갈 때마다 카레라면을 찾아보았더랬는데 그동안 보이지 않더군요. 그러나 오늘, 저는 진열대에 수줍게 쌓여 있는 4개들이 세트를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진열대는 아닙니다만, 이겁니다



이걸 보는 순간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거짓이 아니라구요



정신을 차려 보자 어느새 집어들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져와서 포장을 뜯고 낱개의 용안을 영접합니다.


거참 예쁘게도 생겼지



이 카레라면은 비벼 먹는 타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스턴트 짜장이나 비빔면과 다릅니다. 무려 국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물의 양은 조금 적습니다. 물을 450cc만 넣으라고 주의시키고 있어요. 좋습니다, 국물도 먹을 수 있겠군요. 카레국물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자, 그래서 완성했습니다.



이런 느낌입니다



일단 이 라면은 750원짜리 인스턴트 라면으로, 고급 시장을 노리기보다 우리 카레 마니아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려는 물건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건더기는 좀 빈약합니다. 썰다 남은 브로콜리 쪼가리 같은 정도는 들어 있지만 이런 라면의 건더기는 보통 거기서 거기죠. 중요한 건 '국물'에서 카레맛을 얼마나 잘 살려냈느냐, 그리고 면과 조화가 얼마나 잘 되느냐입니다.

통상 생각하는 '카레 라이스 식 카레'와 다를 것은 물론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국물은 절대로 걸쭉하지 않으며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카레 맛이 나는 스파이시한 얼큰 국물 쯤 되겠습니다. 통상 생각하는 카레보다는 후추 맛이 좀 강합니다. 유탕면이 들어간 만큼 느끼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안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면은 쫄깃하고 카레 맛이 잘 배어서 맛있습니다. 느끼함이나 이질감은 찾아 보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포스팅한 <야쿠르트 La Pasta 카레컵면>의 경우엔 카레가 스파이시하다기보다 좀 짠 느낌도 있었는데, 이 백세카레면의 경우엔 그런 건 없었습니다. 과연 카레명가 오뚜기, 카레는 잘 만드는군요.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괜찮습니다만, '카레 라이스'라기보다는 '얼큰한 카레맛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도 맛은 썩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카레라면 환장하기 때문에 점수가 좋긴 합니다만, 저는 맛이 없는 걸 있다고 하지는 않는 남자입니다. '죽을 때까지 한 종류의 라면만 먹을 수 있다면 무얼 먹겠는가'라는 질문에 '백세카레면을 먹겠습니다' 해도 좋을 정돕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거 국물에 카레 좀 더 털어넣으면 더 맛있을 지도 모르겠는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그런 건 개인취향이니 넘어가죠. -어쨌든 저는 신라면에도 고춧가루 두 스푼 정도 더 털어넣고 먹는 사람인지라.

여하간 맛있습니다. 카레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은 드셔보세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