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북뱅크
※ 이 감상문은 책 전체의 내용을 포괄합니다. 스포일러 당연히 포함합니다. 읽으실 분은 주의하세요.
그림책 포스팅을 한 김에, 예전에 읽었던 그림책인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다시 꺼내 재독하고 감상을 씁니다. 원래 이걸 언젠가는 감상 포스트를 적어야지 하다가 여태껏 안 하고 있었지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으실 테고 부제로도 달았습니다만, 이 그림책은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읽고 있으면 찡하고 와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시고기>같은 최루성은 아니며 필체는 삼인칭 관찰자 시점이라 다소 담담한 면이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코끝이 찡하는 그림책입니다.
사실 이 책은 어머님께서 사오셔서 저에게 선물하신 책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말하는 이 책을 대체 왜 어머니께서 제게 선물하신 것일까 하는 사소한 의문도 있지만, 어쨌든 좋은 책 받은 게 나쁜 건 아니니 넘어가죠. 저런 것에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라면서 왜 신경 쓰고 있느냐는 질문은 우리만의 비밀로 해두자고요 ←) 일단 내용을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제일 첫 장면에서 따스한 삽화와 함께 이런 문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갓 태어난 아기를 가슴에 꼭 안고
포근하게, 부드럽게 다독거리고 있습니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그리고 어머니는 아기에게 가만히 노래를 불러줍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저 노래는 일종의 후렴구와 같아서, 이후 아이가 성장하여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될 때까지, 어머니는 아이가 속을 썩여서 때때로 "이 아이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라고 말하거나 "이 녀석, 동물원에라도 팔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야!"라고 생각하거나 "마치 내가 동물원에 와 있는 기분이지 뭐야!" 등으로 생각하지만 아들이 잠든 후에는 꼭 저 노래를 불러줍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렇게까지 찡하거나 하는 건 없겠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는, 서술의 내용이 변합니다.
그 때까지는 어머니의 노래가 있은 다음 장을 펼치면 "소년은 점점 더 자라납니다"는 식의 문장이 있었는데,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머니가 저 노래를 부른 다음장에는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갔습니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 그림책은 오른쪽은 큰 그림, 왼쪽은 문장과 그림이 함께 하는 스타일인데, 소년의 경우, 저런 문장 아래에 그림과 함께 "자라고 자라고 자라서"라는 문장이 점점 커지며 소년도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경우는 "점점 점점 더 늙어갔습니다" 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보시다시피 대조해 보면 성장과 쇠락입니다. 대체로 어른이 된 우리들은 우리의 부모님이 예전보다 나이가 들고 늙어지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릴 때는 도저히 힘으로 당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팔씨름으로 이겼을 때, 내가 성장해서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버지가 약해지셨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나이가 드셔서 예전에 거뜬히 하실 수 있던 것을 못 하시게 되신 부모님, 어딘가 아픈 것을 호소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는 자식은 드물 것입니다. 우리는 달이 보름달이 차듯 성장하였으나 부모님은 그믐을 향해 나아가고 계십니다. 저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저 "점점 점점 더 늙어갔습니다"라는 문장과 그림에 담았다고 말하고 싶군요.
사진에서 좀 읽으실 수 있으시겠습니다만, 나이가 드신 어머님이 아들을 부릅니다. 힘이 없어서 이제 자식에게 오기도 어려워진 것입니다. 어머니의 방에 들어가려던 아들은 어머니의 들릴 듯 말 듯한 노래가 시작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그러나 너무 나이가 들어 기운이 없었던 어머니는 그 노래를 더 이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의 방에 들어가, 어머니를 두 팔로 감싸 안고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단지 '우리의 어머니'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면 여기까지로 충분했겠습니다. 그러나 뒷 장이 조금 더 있습니다. 다음 장의 문장은 이렇습니다. "그 날 밤, 집에 돌아온 아들은 한참 동안 창 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이 문장 아래에는 이 아들이 아기였을 적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액자에 끼워져 그려져 있습니다. 더불어 큰 그림과 문장의 페이지 배치에 변화가 생기는데, 여태까지 큰 그림이 오른편 페이지에 있었다면 여기에서부터는 왼편 페이지에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 마지막 장을 보면 아버지는 막 태어난 여자아이를, 잠들어 있는 아이를 안고 노래를 부릅니다. 어머니가 해 주셨던 그 행동, 어머니가 불러 주셨던 바로 그 노래.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도 그대로 옮겨 봅니다.
그리고 나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엔 막 태어난 여자아이가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아기를 품에 안고
포근하게, 부드럽게 다독거리고 있습니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그리고 아기를 안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여기에서 무엇을 읽느냐 하는 것은 아래의 <지각대장 존>의 감상 때와 마찬가지로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찡해질 수도 있고, 나는 내 아이를 어떻게 보는가를 돌이키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약간 관점을 달리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부모님이 자신에게 했던 대로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측면으로 보든, 이 동화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그것이 또 어떻게 이어져 내려가는가에 대해 따스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자식이 부모의 속을 썩인다 해도 자식은 부모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부모로부터 그것을 배운 자식은 또 자신의 자식을 사랑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 사랑이란 참으로 아름답지요.
여담으로,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라는 이 노래는 작가인 로버트 먼치가 실제로 이 세상 빛을 보지도 못하고 떠난, 1979년과 1980년에 사산한 자신의 두 아이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 노래로부터 만들어졌지요.